[탄핵안 가결]CNN 생중계 “한국사회 깊은 분열”

  • 입력 2004년 3월 1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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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다짐을 하는 국회의원.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의원.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국회의장에게 명패와 구두를 집어던지는 의원.

2004년 3월 12일 CNN을 통해 1시간여 동안 전 세계에 전달된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다.

CNN은 이날 국회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가기 전부터 YTN 화면을 받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CNN은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최대 6개월이 남아있지만 한국사회는 이미 깊은 분열(deep division)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CNN은 또 국회의사당 밖에서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이 시위하고, 국회의사당 안에서는 의원들이 주먹다짐을 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 반응=세계 주요 외신들은 국회 경위들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끌어내는 순간부터 긴급 타전을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노 대통령이 한국에서 탄핵된 첫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탄핵안 가결을 둘러싸고 한국인들이 1987년 민주화를 성취한 이후 가장 뚜렷하게 둘로 나뉘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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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는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정치적 변동이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경제회복과 북한의 핵개발 야욕을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탄핵안 가결이 한국의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주가를 급락시켰다고 파장을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의 말을 인용해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의 정치 불안이 북한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보다 더 심각한 불확실성의 원천”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탄핵보다는 경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이 국제적인 이미지를 다듬어야 할 때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이상한 광경이며, 노 대통령이 단순한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탄핵안 처리 과정을 자세히 소개한 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탄핵안 가결을 반대하는 모습과, “오늘은 국경일”이라고 춤추며 환호하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반응을 비교했다.

아사히신문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와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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