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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참회록]2부 ④養子정치의 회한/송석찬 의원

입력 2003-09-18 18:33업데이트 2009-10-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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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연어의 심정으로 민주당을 떠납니다.”

2000년 12월 30일 민주당 송석찬(宋錫贊) 의원은 자민련(17석)을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로 만들기 위해 동료 의원 2명과 함께 탈당하며 지구당 당원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진솔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여론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의원 꿔주기” “정치의 코미디화”라며 비난했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송 의원은 “정치사를 굴절시킨 나 같은 정치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빈다”며 2시간반 동안 ‘연어’의 뒤늦은 회한(悔恨)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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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자 한나라당이 반발해 국회가 파행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의원총회에서 ‘자민련에 양자(養子)로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물론 나도 처음엔 ‘원내교섭단체를 안 만들어주면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자민련의 주장을 억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민련의 협조 없이는 상임위조차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당과 DJ를 위해 자민련으로 당적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같은 해 12월 29일 대전시지부 송년회에서 ‘나는 떠나니, 여러분이 당을 지켜 달라’고 고별인사를 한 뒤 다음날 탈당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평생을 모신 DJ를 위하는 길이라곤 해도 유권자와 당원들이 느낄 허탈감과 배신감을 생각하니 밤새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여론의 비난은 혹독했다. 참여연대는 ‘정치인의 길을 포기한 자살행위’라는 논평을 내놓았고 한 사이버정치증권 사이트의 내 주가는 전체 의원 중 꼴찌에서 두 번째(6380원)까지 떨어졌다.

지역구 경조사에 가면 “너 같은 놈이 국회의원이냐”며 항의하는 유권자들에게 손이 발이 되다시피 싹싹 빌어야 했다. 탈당 보름 뒤 “송 동지, 지금은 국민의 지탄을 받지만 역사가 송 동지를 평가할 겁니다”라는 DJ의 위로전화를 받고서야 조금 위안이 됐다.

나는 ‘시집살이 하는 며느리’ 심정으로 당론에 군말 않고 잘 따랐다. 하지만 의총이나 당무회의에선 걸핏하면 “민주당이 해 주는 게 뭐 있느냐”는 성토 일색이었다. 시누이(자민련 의원)의 잔소리를 듣는 심정이었다.

자민련에 오면서 ‘공동 정권이니까, 정책이나 이념적 차이는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순진한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양당 정책위의장이 합의한 개혁 입법안들조차 뒤집히기 일쑤였다.

정책과 이념이 아닌, 지역과 보스의 단합으로 이뤄진 ‘DJP 공조’의 한계였다. 서서히 환멸이 느껴졌다. 그러나 ‘지역주의’란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나는 그 문제점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채 다른 편법을 찾느라 골몰했다.

당연한 귀결이기도 했지만 결국 2001년 9월 3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고 ‘DJP공조’가 깨지자 나는 친정으로 가는 보따리를 쌌다. 8개월여의 ‘연어생활’을 겪은 뒤 나는 뒤늦게 내 행동이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먼 ‘정당정치 파괴행위’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국 정치에서 ‘연어의 비극’은 나 하나만으로 족했으면 하는 게 지금의 심정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송석찬 의원은▼

대전 유성 출신의 초선의원(51). 명지대 대학생이던 71년 대선 때 DJ의 찬조연사를 맡으면서 인연을 맺어 모두 7번이나 감사장과 공로패를 받은 골수 DJ맨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충청권에서 노크 없이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

95년 지방선거 때 충청권의 국민회의 후보 중 유일하게 자치단체장(대전 유성구청장)에 당선돼 연임한 뒤 2000년 16대 총선 때 여의도에 입성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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