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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제때 대처 않고 문제 커진 뒤 부산 떤다”는 환경부

입력 2018-04-05 00:00업데이트 2018-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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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어제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택배포장 규제 등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르면 8월부터 비닐을 유상 제공하는 매장을 현재의 마트·편의점에서 제과점 등으로 확대하고 ‘비닐 없는 가게’ 시범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환경부는 마트와의 협약 등을 통해 전체 비닐 사용량을 30%가량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근본 원인이 줄지 않는 비닐 사용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택배가 일상화되면서 상품 안전을 위한 비닐 포장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비닐 사용을 줄이려면 정부의 강력한 정책 못지않게 시민들과 택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의식 및 협조가 중요하다. 그러나 쓰레기 대란에 대처하는 환경부의 태도를 보면 이번 대책도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쓰레기 대란은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8개월 전에 이미 예고된 일이었는데도 환경부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쓰레기 처리는 자치단체 고유 업무”라며 팔짱을 끼고 있던 환경부는 1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봉투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나서야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다음 날 환경부는 “수거를 거부한 재활용업체 37곳과 협의한 결과, 정상 수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부 공무원이 재활용업체를 직접 만나 협상한 것이 아니라 유통업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의를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거짓말 발표나 다름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 다음 날인 3일에도 아파트에선 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상황이 예견됐지만 오히려 올해 재활용 관련 예산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재활용 관련 예산은 3147억 원으로 2017년보다 9.9% 줄었다. 이 가운데 폐자원 에너지화 기술개발사업 예산은 128억 원에서 72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랬던 환경부가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자 재활용 관련 예산을 다시 늘리겠다고 했다. 무사안일 탁상행정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사설
이낙연 총리는 3일 “제때에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며 환경부를 질타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장관이든 담당 공무원이든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택배포장 규제와 같은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대책을 내놓는 것 못지않게 환경부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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