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강아지 목욕에 비누를 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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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20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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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경 아인솝 대표 인터뷰

"개가 털이 있다보니 우리가 머리를 감을 때처럼 샴푸만 써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것같네요. 하지만 그건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를 10년 넘게 키웠어도 강아지 전용 샴푸만 써봤지 비누를 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아예 비누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강아지에 이어 고양이용 비누까지 나오면서 비누를 써도 되는 것인지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8일 안은경

아인솝
대표를 만나 왜 비누를 권하는지 물어봤다.

아인솝은 2012년 8월 세 모녀가 사람용 비누에서 출발, 지난해 6월 강아지용 비누를 내놨고, 이달초 4월 고양이용 비누도 출시했다. 반려동물용 입욕제도 제품 라인업의 한 축이다. 앞으로 반려동물 피부케어 전문회사로 나아갈 계획이다.

◇비누는 믿을 수 없다?

비누를 거의 사용하지 않다보니 목욕시킬 때 비누를 써도 되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어쩐지 안전하다는 반려동물용 제품인증을 받아야만 할 것같은데 비누는 개인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연재료를 썼다고 해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0년 뉴질랜드에서 출시돼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워시바 비누. 강아지용이다. 이 제품은 뉴질랜드에서 제품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누라고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쓰지 말라는 규정은 없는 셈이다.

국내에도 몇몇 전용비누가 출시되고 있지만 현재 동물용의약외품 허가는 물론 사람비누처럼 공산품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다.

안 대표는 "우리도 답답한 마음에 관계기관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동물용 비누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며 "동물용 샴푸처럼 인정을 받고 싶어도 아예 통로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동물용 샴푸를 보면 이해가 된다. 샴푸와 린스 등의 동물용 욕용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사를 제조관리자로 둬야 했다. 동물용의약외품과 같은 취급을 받은 것이다.

사람용 샴푸나 린스처럼 화장품법이 따로 있지 않은 탓이었다. 그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 10월에서야 규제가 풀렸다. 비누는 그간 동물용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다보니 아예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비누만 쓰면 푸석푸석해지는 것 아니냐

찰랑찰랑이는 머릿결을 위해서는 샴푸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누는 그만큼 피부의 유분을 더 많이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개나 고양이는 사람 피부에 비해 매우 얇은 피부를 갖고 있으니 이런 생각은 더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샴푸가 여러 성분을 추가해 보습 작용을 강화하고, 린스도 한번에 되는 혼합 샴푸도 있는 것처럼 비누 역시 보습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안 대표는 "헹굼질이 끝난 뒤 마지막에 어떤 성분을 남길 지 비누도 충분히 디자인할 수 있다"며 "특히 다 말리고 나면 털의 부드러움은 물론 피부의 보송보송함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누를 목욕용으로 사용해도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강아지용 비누 제품들을 보면 비누(soap)이라는 말 대신 샴푸바(shampoo bar)라는 표기가 돼 있는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보호자들 사이에 비누가 강한 세정력 탓에 외출 뒤 발을 닦이는 용도로나 쓴다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박힌 탓에 나온 것이다.

그는 "외출 뒤 발을 닦이거나 생식기 주변을 정리할 때 쓰는 것도 여전히 좋지만 전신목욕에도 문제가 없다"며 "샴푸는 목욕 도중에 샴푸를 더 짜기도 하지만 비누는 눈에 거품이 보이기 때문에 그런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싼 것은 아닌지?

강아지용 비누의 절대가격은 꽤나 높아 보인다. 아인솝에서 파는 90그램 짜리 기본형 비누는 1만8000원이다. 사람용에 비하면 '헉'할 수도 있겠다.

90그램 짜리 비누는 반려동물용 샴푸 500ml와 맞멎는 용량이다. 비슷한 천연재료로 만들었다고 가정했을때 비누는 샴푸보다 가격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천연샴푸는 유통기한도 짧은 반면 비누는 2년까지 써도 걱정ㅇ이 없다.

비누는 다만 습기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쉽게 무른다. 이 점은 거름망을 사용하면 보완할 수 있다는게 안 대표의 조언이다. 물론 아인솝 비누에는 거름망이 포함돼 있다.

◇반려견 피부에 대한 관심이 사업으로

안 대표의 강아지 비누 사업은 반려견의 문제 많은 피부에서 시작됐다. 현재 14살 믹스견 희몽이와 5살 푸들 보리, 5개월 시츄 아인이, 그리고 고슴도치 꼬미가 그의 가족이다.

믹스견 희몽이는 집에 올 때부터 피부가 좋지 않아 꽤 속을 썩였다. 동물병원에서 가서 약용샴푸를 처방받아도 끊으면 재발했고 동물병원에서 천연재료로 만든 제품을 써 볼 것을 권고받기도 했다.

그러다 어머니가 만들던 비누로 눈을 돌렸다. 천연재료로 만든 제품을 쓸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서 쓰자는 생각에서였다. 자신의 강아지 블로그 이웃들에게 선물을 주다 구매요청을 받게 됐고, 이것이 사업이 됐다.

안 대표는 "뉴질랜드의 워시바 역시 친구 개의 알레르기를 해결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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