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맞이하는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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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12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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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치바현 소사시(??市)의 한적한 국도를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미술관이 과연 나타날까 슬슬 불안감이 밀려들 무렵 더 좁아진 샛길로 구불구불 들어가면 넓은 논 앞에 '마츠야마 정원 미술관'(松山庭園美術館)이 있다.

'이런 곳에 미술관이..'라는 생각을 하며 정원에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롭고 고즈넉한 분위기, 모노노케 히매라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정원의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여기저기 독특한 모양의 조각들과 오브제들이 놓여있다.정원을 지나면 대저택이 나타난다.

이곳은 1998년 부터 예술가의 작업실과 주거공간 일부를 개방해 오다 2003년 미술관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맞이해주는 사람은 없고 대신 어디선가 흰 냥이 한마리가 경계심도 없이 다가와 몸을 부빈다.

전시실 안쪽의 문을 여니 이 미술관의 관장 코노키 미쿠오씨가 있다. 그의 팔 안에는 5마리 아기 고양이...!

우당탕 뛰어 다니기 잘하는 아기 냥이들이 관람에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곁에 머물게 한 것이다. 모두 입양처를 기다린다는 냥이들이다.

조각과 석상을 만드는 미술가이기도 한 코노키씨의 아뜨리에도 이 정원 안에 있다. 코노키씨는 경력 60년의 베테랑 미술가다.

그의 눈과 직감을 통해 세상 빛을 본 예술가들도 꽤 있다.

입양처를 기다린다는 5마리 아기 냥이 외에도 이곳에는 9마리 냥이들이 살고 있다.

2003년 정식 미술관으로 만들어 졌을 때 부터 슬그머니 들어온 원조 길냥이가 '미이'. 이젠 제법 매너있는(?) 태도로 손님들을 맞이한단다.

냥이 주제의 전시회든 아니든 이 냥이들 모두 어느 공간이든 아주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도록 내버려 두는데 일부러 이 냥이들 만나러 오는 관람객도 많다.

햇볕 좋은 정원의 탁자 위에 누워있는 냥이, 전시실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냥이,아예 전시실을 활보하는 냥이, 마치 조각상 처럼 정원 나무아래 앉아있는 냥이, 그러니까 이 미술관, 고양이도 하나의 작품이 되고있다. 미술관 하면 웬지 발소리, 말소리도 죽여가며 조심스러워 해야하는 분위기인데 코노키씨는 그런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미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다.

관장의 부인은 쉽게 올 수 없는 시골 마을까지 찾아 온 관람객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손님 맞이하듯 차를 대접한다.

미술관의 이런 따뜻한 분위기는 이 부부와 냥이들의 합작품이다.

그런데 찾아오는 손님들 하나같이 모두 냥이 애호가들이다. 냥이들도 낯가림 없이 친근하게 다가와 환영해 주는 미술관, 예술 좀 아는 냥이들 같다.

정원에는 냥이 모양 작품들도 있는데 관장은 '어떤 명작품을 놓아 두어도 진짜 고양이를 이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마츠야마 정원 미술관에 고양이들은 정말 잘 어울린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정원엔 모노노케 히매 대신 냥이들이 산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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