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김도훈의 음악 이야기 “인기작곡가에서 마마무 제작자까지”

  • 입력 2015년 7월 2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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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곡은 소유와 정기고가 함께 부른 ‘썸’이다. 그 주역엔 인기작곡가 김도훈이 있었다.

작년 저작권수입랭킹 1위에 빛나는 그는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SG워너비의 ‘죄와벌’, 케이윌의 ‘가슴이 뛴다’, 이승기의 ‘결혼해 줄래’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는데,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500개가 넘어간다.

작년 마마무를 기획하며 제작자로도 변신한 그와 그가 제작한 마마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에디터 임종현 포토그래퍼 김현진


Q : 쟁쟁한 작곡가들을 제치고 작년 저작권료 수입 1위가 됐다. 소감이 어떤가?

A : 일단 기분이 참 좋습니다. 사실 각각 작곡가들의 입장으로 따져보면 음원수입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거든요. 그 이유는 음원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 한 음원이 버는 수입은 적어지니까요. 1위가 된 건 그냥 꾸준하게 오래 활동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예전 곡들이 계속 누적돼서 받게 되는 거잖아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Q 작년 저작권료 수입 1위가 된 데에는, 최고의 히트곡이었던 ‘썸’의 영향이 클 것이다. 이 노래는 어떻게 하다 작곡하게 된 것이며 대히트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 썸을 저 혼자 작곡한 건 줄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 곡은 작곡가만 해도 3명이고 작사가는 5명이에요. 제가 공식적으로 작곡가들을 모아 팀이름을 만들어서 활동만 안 할 뿐이지, 저도 팀이 있습니다.

그 후배들이 각각 잘하는 장르로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죠. ‘썸’이란 곡은 저보다 오히려 후배들의 역량이 잘 발휘된 곡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흔히 히트곡이 나오면, 다른 곡들보다 훨씬 공을 많이 들여서 발표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썸의 작업시간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거든요. 한 3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Q : 일반적으로 음악을 전공한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특이하게도 홍익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작곡은 어떻게 하다 시작하게 되었나?

A : 작곡가 분들 중에는 의외로 음악을 전공 안 하신 분들도 많아요. 그리고 제가 대학을 들어갈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마땅한 대학은 서울예술대학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좋아한다 해도 무조건 음악대학을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죠. 저는 사실 고등학생 때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음악을 참 좋아하면서도, 음악으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대학생시절에도 민중노래패에서 활동했고,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음악으로 뭔가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다 3학년 때 강변가요제에도 나가게 됐고요.


Q : ‘썸’ 외에도 지난해에만 20여 곡의 히트곡을 냈다. 그리고 20여 년 동안 500곡 이상 작곡했으며 히트곡도 상당히 많다. 오랜 시간 꾸준히 히트곡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A : 후배들하고 콜라보를 많이 해서 참신함을 잃지 않기 위해 굉장히 노력합니다. 음악을 오래 할수록 테크닉이 늘면 늘지 줄어들진 않지만, 지금 대중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판단력은 점점 흐려질 수밖에 없거든요. 저랑 세대가 다르니까요.


Q :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작사도 잘하는 것 같다. 의외로 작사한 곡이 꽤 있다. 이에 대해 말해 달라.

A : 작사를 잘하지는 않습니다. 작사를 잘한다고 말해주시면 진짜 작사를 잘하시는 작사가분들에게 죄송스러운 거죠. 그냥 제가 직접 곡을 쓰니깐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고,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자연스럽게 감각 정도 생겨 조금 쓴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작사를 잘하는 건 아니에요.


Q : 작년까지 WA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었는데, 지난 3월 6일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에 흡수 합병되었다. 이에 새롭게 바뀐 회사명인 RBW(레인보우브릿지월드)의 공동대표가 됐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 원래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가 먼저 만들어졌고 이후 파생된 회사가 WA엔터테인먼트였어요. 그래서 사실상 완전히 다른 두 회사로 보기도 어려웠죠. 처음엔 에이전시회사에서 제작까지 해버리면 색깔이 흐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고 회사를 분리해서 만들었다가,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합병된 겁니다.

RBW는 예전에 비해 프로듀싱에 더욱 집중하고 있고, 해외에 있는 아티스트들을 교육해서 그 나라에서 데뷔시키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랑 인도네시아 가수와도 일을 했고요, 태국 중국 가수들하고도 계속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랑 베트남에서는 아예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들을 뽑아서, 한국으로 데려와 교육을 시킨 다음에 그쪽에서 데뷔를 시켰어요. 그렇게 만든 인도네시아 그룹 S4는 현지에서 1위도 했고요.

저희의 첫 번째 목표는 회사의 직원들과 가수들이 모두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에요. 다음으로는 저희가 음악에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으니, 더 원활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업이 번창하면 좋겠다는 것이죠.


Q : 작년 실력파 걸그룹으로 주목받은 ‘마마무’는 김도훈 대표가 2년여 동안 기획하고 제작한 걸그룹이다. 제작을 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스트레스도 심한데, 제작자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인가?

A : 그러게요(웃음). 작곡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서, 음악을 만들어 주는 일을 주로 하잖아요. 음악을 제작해서 가수가 나오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과정이 필요한데, 그중에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일부분일 뿐이에요.

제가 계속 그 부분만 참여하다가, 머릿속에 있는 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대로 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실행하게 된 거죠. 사실 그 마음은 오랫동안 간직했었던 거고요. 작곡가분들 대부분이 그런 마음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제작이 안정적이지 않고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도전해보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보람을 찾는 것 같습니다.

<김도훈 작곡가가 기획한 실력파 보컬그룹 ‘마마무’>
<김도훈 작곡가가 기획한 실력파 보컬그룹 ‘마마무’>

Q : 그동안 유명 가수들과 많은 히트곡을 작업했지만, 마마무는 직접 제작한 그룹이니만큼 애정이 더 특별할 것 같다. 마마무를 제작하게 된 계기와 마마무가 어떤 그룹인지 소개해 달라.

A : 원래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는 가수지망생들을 뽑아서 교육시키고, 다른 회사로 보내는 일에 주력하는 회사였어요. 그러다보니까 좀 괜찮은 친구들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우연찮게 다 여자들이었죠.

지금까지 성공한 가수들의 공통점은 일단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거예요. 마침 저희 쪽에 노래도 잘하고 끼 많은 친구가 이렇게 몇 명이나 있고, 저도 노래 잘하는 친구들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자신이 있으니, 전체적으로 보컬 실력이 뛰어난 그룹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마마무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물론 다른 그룹들도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마마무는 보컬 쪽에 특히 더 집중했고요. 정말 끼가 많은 친구가 무엇보다 무대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그룹인 것 같습니다.


Q : 최근 한류열풍으로, 국내 가수들의 음악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따라서 작곡가를 꿈꾸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데, 작곡가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작곡을 잘하는 노하우를 알려 달라.

A : 아무리 시간이 변해도 가수지망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인데요. 마찬가지로 작곡가 지망생이라면 악기를 잘 다뤄야 합니다. 그리고 화성학 등의 음악이론공부도 계속해야 하고요.

아무리 시대에 따라 인기 있는 음악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 근본은 바뀌지 않거든요. 또한, 대중음악 작곡을 하고 싶다면 당연히 대중들에 대한 관심을 끝없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대중음악은 대중들이 좋아해야 하는 것이고 대중들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수와 같이 작업을 하게 되면 그 가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무엇인지 계속 공부를 하되, 역시 대중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Q : 이번에 마마무의 신곡 ‘음오아예’가 발표(19일)됐다. 마마무의 인기가 얼마큼 상승할 것 같으며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는가?


A : 사실 직접 제작한 가수가 아니라, 곡을 주는 가수들도 이번에 잘될지 안 될지 예측하기가 정말 쉽지 않아요. 다만 인지도가 높은 유명가수는 잘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될 뿐이죠. 누구나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저도 역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신인 가수가 잘되는 게 굉장히 힘든 시대죠. 모든 게 과정이니깐 조급해하지 않고 길게 보고 있어요. 그러다보면 마마무가 많은 대중들에게 실력도 인정받고 큰 사랑을 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인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사진을 한 장 찍으면 그 사진을 참 귀하게 간직했잖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수없이 막 찍으니깐 자기가 찍은 사진도 잘 들여다보지 않죠. 안타깝지만 지금 음악시장이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음원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싸고, 단 몇 천원으로 스트리밍 방식을 결제해 수많은 곡을 막 들으니 음악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적죠. 하지만 옛날에 비해 음악을 만들기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쉬워진 건 하나도 없어요. 경쟁도 훨씬 심해졌고요.

그러니 음악을 한 곡 한 곡을 들으실 때, 이 곡은 여러 사람이 많은 과정을 거쳐 힘들 게 만든 결과물이란 걸 인지하고 조금 더 신경 써서 잘 들어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임종현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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