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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정우람 “팬들은 나를 보면 안심해도… 나는 물밑 발버둥치는 오리”

입력 2018-05-30 03:00업데이트 2018-11-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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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세이브 행진, 한화 수호신 정우람
평균 시속 140km대 초반의 직구로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공략하며 한화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마무리투수 정우람.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그는 “다시 태어나도 강속구 투수보다 제구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저는 물 아래서 살려고 발을 막 ‘파닥’거리는데…(웃음).”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한화 마무리투수 정우람에게 “팬들이 (등판하면) 편안해하더라”고 칭찬하자 ‘물 위에 뜬 오리’를 언급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타자들이 승리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후배 투수들이 잘 막아줘서 기록이 좋아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동료와 팀에 공을 돌렸다.

‘팀 덕분’이라고 강조했지만 올해 정우람의 개인 성적은 역대급이다. 올해 ‘정우람 등판=한화 승리’ 공식을 만들며 28일까지 2승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17의 성적표를 거뒀다. 팀이 거둔 30승 중 21승을 정우람이 챙겨준 덕에 시즌 전 꼴찌 후보로 평가받던 한화는 전통의 강호 두산, SK와 3강 싸움을 제법 질기게 벌이고 있다.

세이브 페이스는 독보적이다. 2위권(10개)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오승환(토론토)이 2006, 2011년 기록한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개) 경신을 바라본다. 산술적으로 경기당 0.37개의 세이브를 올리고 있는 정우람은 현 추세대로라면 144경기 53세이브 이상도 가능하다.

정우람이 뒤에서 활약해주며 팀 전체에 선순환 구조도 생겼다. 서균 박상원 등 지난해까지 1군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 얼굴들이 선발과 마무리를 잇는 든든한 중간계투 요원으로 성장했다.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도 3.33으로 1위다. 2위 KT(4.37)와도 1점 이상 큰 차이가 난다. 뒷문이 받쳐주자 타선도 경기 막판까지 힘을 내며 10개 구단 중 역전승(17승)이 가장 많은 팀이 됐다.

“팀이 강해지고 있고 그 일원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쁩니다. 개인 타이틀, 세이브 개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 의미가 없잖아요.”

정우람 본인도 강해지던 팀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성장해왔다. 2004년 SK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한 정우람은 중간계투로 던지며 SK의 2007, 2008,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데뷔 후 8년 만인 2012년 처음 마무리 보직을 맡았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마무리 역할을 했다는 듯 그해 30세이브를 기록했다. 정우람은 “뒤에 던질 정대현 등 선배들을 믿고 던지면서 컸던 것 같다. 선배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닮으려 노력했다. 그때의 나처럼 후배들이 보고 배우길 바라며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리 나이로 34세. 군에 간 2013∼2014시즌을 제외하고는 부상 없이 13시즌 동안 741경기를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매년 많은 이닝을 던져 ‘혹사 논란’이 그를 둘러싸고 일어났지만 선수생활을 하며 큰 부상을 입은 적도 없다. 정우람은 “좋다가도 당장 오늘 어깨나 팔꿈치를 다쳐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게 투수다. 항상 ‘하루’만 생각하며 오늘 하루 최고의 활약을 할 수 있게 몸과 마음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다 2016년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에 입단한 지 3년째 다시 가을야구 무대에 설 가능성도 솔솔 생기고 있다. 모범답안을 말하려던 그도 은근한 기대감까지 숨기진 않았다. “시즌이 길고 경기도 많이 남아 속단하긴 일러요. 여름이 지나면서 큰 위기도 찾아올 수 있지만요…. 근데 저나 선수들이나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웃음). 팀 분위기 자체는 여느 잘나가는 팀 못지않거든요.”
 
대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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