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대학교 찰스 퍼킨스 센터(Charles Perkins Centre) 연구진에 따르면 술을 마시면 우리 몸에선 FGF21(Fibroblast Growth Factor 21)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FGF21은 원래 몸에 단백질이 부족할 때 증가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다. 이 호르몬은 뇌에 작용해 단백질 섭취 욕구를 높이고, 감칠맛(우마미)이 강한 음식에 대한 선호를 증가시킨다.
반대로 단 음식에 대한 선호는 감소시킨다.
연구를 이끈 아만다 그레치 박사는 “많은 사람이 술을 몇 잔 마신 뒤 갑자기 감자칩이나 피자 같은 짭짤한 음식이 당기는 경험을 한다”며 “이번 연구는 그 배경에 FGF21이라는 호르몬이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진이 호주 국민영양·신체활동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술을 마신 날에 그렇지 않은 날보다 짭짤한 음식을 더 많이 먹는 경향을 보였다.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감칠맛이 강한 음식 섭취는 증가했고, 단 음식 섭취는 감소했다.
그렇다면 왜 술과 함께 먹는 안주가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칠까.
연구진은 그 이유를 ‘단백질 미끼(protein decoy)’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원래 우리 몸은 감칠맛을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의 신호로 인식한다. 육류, 생선, 갑각류, 달걀, 콩류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현대 식품 환경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과자, 라면, 피자 등은 인공 감칠맛 조미료와 향미 성분 등을 이용해 감칠맛은 강하지만 실제 단백질 함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이런 식품이 몸의 단백질 식욕 시스템을 속인다고 설명한다. 몸은 단백질을 원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지방과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몸은 고기를 찾고 있는데, 실제로는 감자칩이나 라면으로 대신하는 셈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부족한 단백질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런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고, 결국 지방과 탄수화물, 총 열량 섭취가 증가할 수 있다.
이를 영양학에서는 ‘단백질 지렛대 효과(protein leverage)’라고 부른다.
이번 연구는 술 자체보다 술과 함께 먹는 음식이 체중 증가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동 연구자인 스티븐 심슨 교수는 “알코올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은 술 자체의 칼로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어떤 식단 환경에서 술을 마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단백질 함량이 낮은 초가공식품이 많은 환경에서는 알코올이 과식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단백질이 풍부한 자연식품을 선택하면 이러한 효과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이 추천하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두부, 삶은 콩(병아리콩 포함), 새우, 굴, 닭가슴살 등 지방이 적은 육류, 훈제 연어, 치즈 등이다.
반면 감자칩 등 과자류, 라면, 피자처럼 짭짤하며 감칠맛은 나지만 단백질 함량이 낮은 초가공식품은 되도록 술과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음주를 권장하거나 특정 안주만 먹으면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술 자체도 상당한 열량을 제공하고 각종 질환 위험을 높이는 만큼, 체중 관리와 건강을 위해서는 안주 선택뿐 아니라 음주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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