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발한 실험용 경구 치료제가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 가운데 하나인 췌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두 배로 늘렸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암이 계속 진행된 췌장암 환자 중 일부는 이 약을 매일 한 알씩 복용한 후 통증이 줄고 일상 활동을 다시 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치료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었던 진행성 췌장암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진은 “완치는 아니지만 췌장암 치료 역사에서 매우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31일(현지 시각) 발표됐으며, 국제학술지‘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도 동시 게재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구를 이끈 미국 UCLA의 제브 웨인버그(Zev Wainberg) 박사는 “이 약은 암을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 하지만 매우 큰 도약”이라고 말했다.
화제의 신약은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이다. 하루 한 번 먹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로, 췌장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발견되는 KRAS 변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다. KRAS는 췌장암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약 500명의 진행성 췌장암 환자가 참여했다. 모두 1차 항암치료 이후 암이 계속 진행된 환자들이었다.
연구진은 환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다락손라십 또는 기존 항암화학요법을 추가로 시행했다.
그 결과 다락손라십 투여군은 기존 항암치료군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약 60% 감소했다. 또한 종양 진행이 멈추거나 크기가 줄어든 비율은 약 30% 수준으로, 기존 항암치료군(약 10%)보다 크게 높았다.
앞서 지난 4월 공개된 예비 결과에서는 진단 후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이 다락손라십 투여군에서 13.2개월, 기존 항암화학요법군에서 6.7개월로 나타난 바 있다. 즉 생존 기간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암센터의 라치나 슈로프(Rachna Shroff) 박사는 “항암치료 실패 후 암이 계속 진행된 췌장암 환자에서 생존 기간이 두 배 늘고 사망 위험이 감소한 결과는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슈로프 박사는 “16년 동안 췌장암 환자를 치료해 왔지만 이런 결과를 보고 실제로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국내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약 17%(국가암등록통계)로 주요 암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부작용도 있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발진과 구내염이었다. 일부 환자에서는 심한 발진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기존 항암화학요법보다 심각한 부작용은 더 적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다락손라십을 개발한 제약사 레볼루션 메디슨(Revolution Medicines)이 지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현재 신속 심사 절차를 검토중이며, 일부 환자에게는 확대 접근(expanded access) 프로그램을 통해 약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큰 진전으로 평가되지만, 췌장암의 근본적 해결책이 나온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치료 역시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장기 생존 효과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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