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거지를 선택할 때 ‘역세권’, ‘숲세권’, ‘학세권’이 중요한 기준으로 꼽힌다. 여기에 ‘걷기 좋은 환경’, 즉 보행성도 중요 요소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단순한 생활 편의성을 넘어, 신체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멘지스 의학 연구소(Menzies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 연구자들에 따르면, 보행로가 잘 조성된 지역 주민은 그렇지 않은 지역민보다 주당 평균 약 75분을 더 많이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성이 중간 수준인 지역에서도 저보행성 지역보다 주당 약 60분 더 많이 걷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지방과 중소도시, 도심 외곽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보행성이 좋은 도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보행 환경이 더 잘 갖춰진 지역일수록 주민들은 주당 평균 약 38분 더 많이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다양한 연구에서 확인됐다. 신체활동은 암, 당뇨병, 치매, 심혈관 질환 등 주요 만성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수면의 질 개선, 이동성 향상, 정신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걷기는 별도의 장비나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가장 접근성이 높은 신체활동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권장하며, 여기에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고한다. 이번 연구는 태즈메이니아 주 전역을 대상으로 건강 데이터와 공간정보 기반 보행성 지표를 결합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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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성은 단순히 길의 유무를 넘어, 상점·학교·공원·대중교통 등에 얼마나 쉽고 빠르게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됐다. 분석 결과, 보행성이 높을수록 거주민의 신체활동 수준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건강 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호주·뉴질랜드 공중보건 저널(Australia and New Zealand Journal of Public Health)’ 에 31일 게재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도로 확충과 차량 중심의 인프라 구축이 우선시되면서, 상대적으로 보행 환경에 대한 투자는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이후 지방자치가 본격화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행 환경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철도, 대로, 하천 같은 구조적 문제로 보행 동선이 단절된 지역이 적지 않다. 특히 재정 상태가 넉넉지 않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보행 인프라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경우도 있다. 연구진은 “보행 편의성은 도시 중심부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 살든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지역을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지방과 중소도시, 도시 외곽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걷기 좋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지방 정부는 물론 중앙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16/j.anzjph.2026.100316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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