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생체검사의 오해와 진실
모니터링-재발 예측 등에 적용…조기 진단 패러다임 바꿀 잠재력
조직검사 등과 병행하는 게 정확…40만 원∼200만 원 비용은 부담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건강센터장이 앞으로는 조직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하는 조직생검에서 피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액체생검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액체생검 기술을 암뿐만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 다른 중증 질환의 초기 진단 및 모니터링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흔히 병원에서 생체검사(생검)라고 하면 암이 의심되는 부위에 날카로운 바늘을 찔러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방법을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생검이 갑상선에 암이 의심될 때 시행하는 조직 검사다. 그런데 최근에 암이 의심되는 부위에 생검 대신 간단히 피검사를 통해 암 여부를 알아보는 액체생검 방법이 뜨고 있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건강센터장은 “기존 조직생검이 암 조직 자체를 떼어내는 침습적인 방식인 것과 달리 액체생검은 간단한 혈액 채취만으로 암세포에서 유래한 물질인 순환 종양유전자(DNA), 순환 종양세포, 엑소좀 등 암의 특정 부위를 검출하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술은 암의 조기 진단뿐만 아니라 진행성 암의 치료 모니터링, 수술 후 재발을 예측하는 미세 잔존 질환(MRD) 감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 센터장을 만나 액체생검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자세히 알아봤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액체생검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액체생검 기술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암 조기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 때문이다. 즉 정기적인 혈액 검사는 조직 채취에 대한 부담 탓에 암의 발생 여부를 체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극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간단하고 반복 가능한 액체생검의 가치가 매우 높다. 검사 시 종양 이질성을 반영하고 미세 잔존 질환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액체생검은 암이 신체 여러 부위에 퍼져 있더라도 유전적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고 수술 후 혈액 속에 남아 있는 극소량의 암세포 잔재물까지 체크할 수 있다. 재발 위험을 조기에 예측해 선제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제 채혈 한 번으로 암 검사가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액체생검을 통해 알 수 있는 지표들은 무엇인가.
“액체생검은 순환종양핵산(ctDNA) 분석을 통해 암의 분자적 특성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진단과 치료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암 특이적 유전자 변이(EGFR, KRAS, TP53) 등 암의 발생 및 성장에 관련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또는 구조적 변이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를 본인에게 맞는 암 표적 치료제 선택에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암 억제 유전자 발현 시작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를 DNA 메틸화 변화라고 한다. DNA 메틸화 변화는 암 발생의 매우 초기 단계에서부터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ctDNA에서 이러한 암 특이적 메틸화 패턴을 분석하면 조기암 선별검사에 유용할 수 있다. 즉 암세포의 돌연변이를 분석해서 암의 초기 발병 단계부터 치료제 선택까지 검사 결과가 지표로 활용되는 셈이다.”
-액체생검 결과 신뢰도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나.
“액체생검의 신뢰도는 임상적 목표에 따라 다르다. 진행성 암의 유전자 변이 분석 및 초기 암수술 후 재발을 예측하는 미세 잔존 질환 모니터링에서는 혈액 내 ctDNA 양이 비교적 충분하므로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이미 임상에서 표준 검사법으로 자리 잡은 상태로 건강보험 급여도 적용되고 있다. 조기암 진단 영역에서도 액체생검은 대장암의 조기 검진에서 분변잠혈검사 등 기존 암 검진을 뛰어넘는 임상적 성능을 입증해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위암 분야에서도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승인받은 상태다. 유방암, 폐암, 난소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에서도 높은 임상적 정확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장암 등을 제외한 기타 암의 검진에서는 미승인 상태이나 수년 내에는 이들 암에서도 FDA 등의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액체생검의 한계는 무엇인가.
“지금은 암세포가 아주 미미한 수준이거나 혹은 정상 세포의 변화인데도 암세포로 오해할 수 있다. 즉 암이 아닌데 암으로, 암을 암이 아닌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이런 문제도 곧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액체생검은 기존 암 검진을 대체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액체생검은 기존 검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조기 발견의 문턱을 낮추는 검사법이다. 특히 진행성 암의 유전체 분석 및 미세 잔존 질환 감시에서는 기존 조직생검보다 우위에 있지만 현재로서는 액체생검 양성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종 확진을 위해서는 영상 진단이나 조직생검 같은 표준검사를 연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안전하다. 비용도 다양하다. 개별 암 검사는 40만 원대에서 100만 원대까지, 다양한 질병의 발병 위험도 검사까지 포함한 경우는 200만 원대에 이른다. 가급적 병원급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검사를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향후 액체생검의 발전 방향은….
“액체생검 기술은 암 진단과 치료 등 모든 단계에서 정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특히 수술 후 재발을 예측하는 MRD 감시에 특화된 초고감도 개인 맞춤형 검사 기술이 표준화돼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선제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인공지능(AI) 기반의 통합 진단을 통해 조기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 반응 및 내성 발현 시점을 더욱 정교하게 예측할 것으로 보인다. 액체생검 기술을 암뿐만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 다른 중증 질환의 초기 진단 및 모니터링에 확장 적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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