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기업 알피 창업자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심전도 기반의 인공지능 판독을 개발해 응급분야 의료계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초 단위의 시간 차이가 생과 사를 가르는 응급실에선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판단하고 치료를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응급 현장은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심전도를 기반으로 응급실 중증도 분류를 돕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만든 스타트업이 있다. 2021년 창업한 의료 AI 기업 알피(ARPI)다. 전국 80여 개 병원에 자리 잡은 알피의 ‘ECG Buddy’가 응급실 현장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창업자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를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알피(ARPI)는 어떤 기업인가.
“알피는 정확한(Accurate), 강건한(Robust), 실용적인(Practical), 혁신적인(Innovative) 의료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21년 출발한 기업이다. 바쁜 진료 흐름 속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자는 목표가 출발점이었고 지금도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ECG Buddy는 어떤 솔루션인가. 왜 만들었나.
“ECG Buddy는 응급실에서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 ‘12유도 심전도’를 인공지능이 읽고 환자가 어떤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지 제시해 주는 솔루션이다. 응급실 의료진의 정확한 판단을 돕는 파트너인 셈이다. 심전도는 기본 검사이지만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제대로 해석하는 것을 배우는 게 어려운 영역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오랫동안 임상 현장에서 심전도를 접하고 공부했지만 늘 어렵고 답답했다. 그 답답함이 개발의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ECG Buddy는 심전도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임상 정보를 한눈에 이해 가능한 형태로,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부터 병원 전산 연동까지 여러 방식으로 제공해 접근성을 높였다. 119 구급 현장이나 보건소 같은 1차 현장부터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떤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가.
“가장 큰 역할은 응급실 내원 초기의 트리아지 단계다. 응급 환자는 초기 평가로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먼저 선별돼 모니터링과 치료를 받는다. 혈압과 맥박을 재고 간단한 문진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중증환자를 충분히 가려내기 어려워 심전도 검사가 자주 시행된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시행된 심전도 검사 결과 모두를 전문의가 면밀히 검토하기에는 응급실의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현장이 기계 판독에 의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심전도에서 읽어낼 수 있는 중요한 응급 소견을 놓칠 위험도 커진다. ECG Buddy는 그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도구다.”
―한 장의 심전도로 어디까지 알 수 있나.
“심근경색, 폐부종, 고칼륨혈증 같은 대표적 응급 상황을 포함한다. 쇼크나 심정지 위험 같은 기본 중증도 평가, 좌심실·우심실 기능 및 폐고혈압 등 심장 기능 평가, 즉각 처치가 필요한 부정맥 탐지까지 한 번에 지원한다. 즉 응급실 초기 심전도 단계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을 돕는 안전장치이자 나침반 역할을 한다. 특히 급성심근경색의 경우 ECG Buddy 덕분에 진단과 시술까지 8분을 단축했다. 고칼륨혈증 응급 처치 투여 시간도 기존보다 약 50분 단축했다.”
―반응은 어떤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성공적인 운영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ECG Buddy는 80여 개 병원 전산 시스템에 연동돼 응급실을 포함한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119 구급대의 구급 지도 목적에서도 시범 사용이 시작됐다. 해외에서도 앱 사용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고 전체적으로 한 달에 약 20만 건의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최근 ECG Buddy Clinic(EB Clinic)을 출시했다. ECG Buddy가 응급 중심이라면 EB Clinic은 검진과 외래 진료를 위해 설계된 서비스다. 건강검진에서 심전도 검사가 늘고 있는데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5가지 심혈관 이상을 한 번에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급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비후성 심근병증(HCM) 위험도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진·외래 영역의 수요도 충분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ECG Buddy가 응급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적용된 의료기관 범위가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의원’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짚고 싶다. 응급실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도구는 오히려 모든 응급실에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런 규제가 완화돼 국내 어디서든 환자 안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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