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방광·직장이 몸 밖으로… ‘골반장기탈출증’을 아시나요? [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 여성동아

[인터뷰] 신정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출산, 비만, 변비, 과도한 운동 등 복압 상승이 근본 원인”
“로봇 천골질고정술로 재발 줄이고 흉터 없이 말끔 해결!”


신정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신정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골반 내에 있는 자궁, 방광, 직장 등 장기들이 자기 자리를 벗어나 몸(질) 밖으로 나오는 질환이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이 바로 그것이다. 남성들에겐 생소한 질환이지만 여성 중에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증상이 있어도 모른 척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몸 밖으로 나온 장기가 쓸려 염증이 생겨도 부끄러워 병원을 찾지 않는 이들까지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에 의해 배뇨나 배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비뇨기과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쉽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골반장기탈출증 환자는 증가 일로에 있다. 실제 수술 환자 수도 늘었다. 국내 골반장기탈출증 연간 수술 환자 수는 2020년 약 2만5000명에서 2024년 약 2만9000명으로 17.5%가량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과연 골반장기탈출증의 원인과 증상은 무엇이며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이 분야 치료의 명의이자 로봇 천골질고정술의 권위자인 신정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찾았다. 신 교수는 “대략 50세 이상 여성의 30~40%는 골반장기가 조금씩 아래로 처져 있지만, 질 입구 부근까지 장기가 내려오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몸 밖으로 뭔가 나온 게 느껴진다면 즉시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질 안팎 장기 느껴지면 전문의 찾아야
골반장기탈출증은 어떤 질환인가?

“골반 아랫부분을 지지하는 근육, 근막, 인대와 같은 조직이 손상되거나 늘어져 자궁, 방광, 직장 등 골반 내 장기가 질 내부를 통해 또는 질을 밀어내며 아래쪽 또는 앞쪽으로 함께 이동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는 질환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질은 앞(전질벽), 뒤(후질벽), 그리고 가운데(질첨부) 이렇게 세 부위로 나뉜다. 질 앞쪽에는 방광, 뒤쪽에는 직장, 가운데에 자궁경부가 자리한다. 이 질벽과 그 주변 조직은 골반저 근육, 인대들로 구성되어 장기들이 제 위치에 있도록 지지한다. 그런데 이 골반저 조직들이 약해져서 전질벽 앞 윗부분에 위치하던 방광이 전질벽을 밀고 내려와 제자리를 이탈하는 게 방광류다. 같은 원리로 후질벽 부분이 이완되면 그 뒤쪽에 위치하던 직장이 후질벽을 밀어내며 질 밖으로 함께 나오는 것이 직장류이며, 자궁 지지 조직이 이완 또는 손상돼 자궁이 질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자궁탈출이라 한다. 1개 장기뿐 아니라 2개 장기나 3개 장기가 동시에 탈출하는 경우도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의 원인은?

“골반 내 장기를 받치는 조직의 약화를 불러오는 임신과 출산이 대표적 원인이다. 그 밖에 복압을 높이는 노동이나 운동, 오래 쪼그려 앉는 생활 습관, 비만, 만성변비, 기타 골반저근에 손상을 입힐 만한 외상도 원인이다. 자궁절제술과 같은 과거 수술 이력을 원인 중 하나로 보기도 하며, 갱년기 호르몬 변화나 노화 등 복합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의 공통 증상은?

“공통적인 증상은 하복부와 회음부의 묵직함, 압박감, 밑이 빠지는 느낌 등이다. 골반통 또는 성교통을 경험하는 환자도 있다. 심할 경우 질 쪽으로 무언가 나온 게 보이거나 만져지기도 하며, 오래 서 있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등 무리하면 빠져나왔다가 쉬면 들어가기도 한다.”

탈출한 장기별로 증상은 어떤가?

“방광류의 경우 배뇨장애, 잔뇨감, 빈뇨를 호소하게 되며 직장류는 잔변감이나 변비 등이 생긴다. 방광류나 직장류가 심하게 진행되면 탈출된 장기를 밀어 넣어야만 배뇨, 배변이 가능해진다. 위의 증상들이 일정 기간 계속 느껴진다면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실제 골반장기탈출증은 환자가 증상만으로 추측하는 질병과 의료진이 실제 진단하는 질병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꼭 의료진의 진찰이 필요하다.”

다른 부인과 질환과의 차이는?

“복통이나 골반통, 밑이 빠질 것 같은 느낌, 회음부의 압박감 등은 다른 부인과 질환이나 비뇨기계 질환에서도 동반된다. 하지만 질 쪽으로 무언가 나온 것이 만져진다거나, 서 있거나 무거운 것을 들면 빠지고 쉬면 다시 조금 들어가는 증상은 골반장기탈출증에만 해당하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로봇 천골질고정술의 위력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골반장기탈출증 개념도. 고려대학교의료원 제공
골반장기탈출증 개념도. 고려대학교의료원 제공
“보행 시 질 바깥으로 나온 장기 때문에 불편감을 느끼고, 그로 인한 운동량 감소, 근손실 등이 2차적으로 보행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좀 더 진행되면 배뇨를 방해해 요저류(소변이 방광에 남아 배출되지 않는 상태)를 일으키고, 요저류가 수신증(콩팥에 오줌이 모여 붓는 병)을 유발해 신장 기능을 크게 떨어뜨리는 사례도 있다.”

병기 구분은 어떻게 하나?

“골반장기가 질을 기준으로 얼마나 내려와 있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골반장기들이 질 입구 안쪽으로 1cm 이내까지 내려온 초기 상태를 1기, 골반장기들이 질 입구에서 밖으로 나올 듯 말 듯한 정도를 2기, 골반장기들이 외부에서 만져질 정도로 탈출했을 때 3기, 완전히 탈출한 상태를 4기로 구분한다.”

치료법은?

“초기이고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복압이 올라가는 자세와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을 쓰는 일 등을 피하고, 만성적인 변비와 기침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진행된 병기일 경우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수술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은 크게 골반장기의 지지 구조를 강화하는 골반재건술과 질강을 좁히거나 막는 질폐쇄술로 분류한다. 골반재건술로는 천골질고정술과 자궁엉치인대고정술, 전후질벽봉합술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수술용 그물망(메시) 같은 발전된 인공 조직과 로봇을 이용하는 천골질고정술이 많이 시행된다. 천골질고정술은 탈출된 질을 메시를 이용해 감싸 천골(엉치뼈) 부위의 인대에 고정해주는 수술이다.”

로봇 천골질고정술의 대상과 장점은?

“마취가 어렵거나 복부 수술에 금기 사항이 있고, 재발 우려가 큰 환자라면 천골질고정술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로봇으로 진행할 경우 기존 개복 수술에 비해 깊숙한 곳까지 안전하게 접근해 그물망을 고정할 수 있어 보다 확실한 교정이 가능하다. 또 수술 후 통증 및 합병증 발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복강경을 통한 수술에 비해서도 장점이 많다. 골반저 구조물에 대한 최적의 확대 및 3D 이미지, 손 떨림 감소 등을 통해 골반 하부 깊숙한 곳의 복잡한 수술도 깔끔하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최신형 단일공 로봇수술기를 활용해 배꼽 부위 3cm 정도만 절개하고 내시경으로 수술하다 보니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수술 시간은 3시간 정도이고, 수술 비용은 기존 개복 수술에 비해 3배 정도 든다.”

천골질고정술 재발률 크게 낮아
수술 후 재발률은?

“수술이 잘 끝나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더라도 골반장기탈출증이 처음 발생할 때와 같은 위험 인자(복압을 높이는 노동, 운동 등)에 다시 노출되면 골반 내 장기들이 다시 질 밖으로 탈출하는 경우가 생긴다. 노화로 인해 생긴 주름이 시술을 받아 펴져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술받은 골반장기탈출증 환자의 재발률은 30~50%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천골질고정술을 받은 경우는 재발률이 5~10% 정도다.”

재발을 막으려면?

“골반장기탈출증은 생활 습관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재발률을 낮출 수 있으므로 수술 이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술 후 3~6개월은 수술 부위의 조직이 아물며 자리를 잡는 매우 귀중한 시기이므로 위험 인자들에 대한 관리가 특히 강조된다. 로봇 등의 기술 발전으로 수술 전후 합병증 발생 및 재발률이 현격히 낮아지고 있으므로 골반장기탈출증이 의심된다면 주저 없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의 근본적 예방법은?

“복부 비만이나 복압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므로 평소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변비나 만성기침이 있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복압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생활 습관이나 과도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복근 운동은 주의해야 한다. 많이 알려진 케겔운동(골반저 근육 강화 운동)은 골반장기탈출증뿐만 아니라 다른 하부요로(요도, 전립선, 방광 등)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으므로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잘못 힘을 주어 복압이 증가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며, 이미 진행된 골반장기탈출증의 경우는 피하는 게 좋다. 최근 젊은 여성에게서도 골반장기탈출증이 발생하는데, 과도한 운동이 주된 이유인 경우가 많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적절한 강도를 유지하길 권한다.”

#2025 TREND WATCH#골반장기탈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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