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수술, 적기에 하면 합병증↓ 삶의 질↑” [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 여성동아

[인터뷰] 홍광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만성적 설사, 복통, 체중감소, 항문 질환… 크론병 의심”
“지속적 설사, 혈변, 심한 복통, 긴급 배변감…궤양성 대장염”
“방치하면 암으로 진행 가능성, 위급 상황 발생할 수도”

홍광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홍광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보통 몇 개월씩 설사와 복통이 지속되면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인지 의심한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자체 진단하고 그냥 조심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지만 한 달 넘게 복통, 설사, 긴급한 배변감에 혈변이나 치루 같은 항문 질환까지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이나 의원을 찾아야 한다.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으로, 방치하면 암으로 진행할 수 있고 생명이 위독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3만3000여 명, 궤양성 대장염은 약 6만여 명이었다. 2022년의 경우 크론병은 20대가 가장 많았고,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20~50대에 걸쳐 고르게 분포해 있었다.

염증성 장질환은 과연 어떤 질병이고 원인과 치료, 예방법은 무엇일까.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명의이자 수술의 대가로 알려진 홍광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찾아 그 답을 구했다. 아래는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

크론병, 소장암 발병 위험 20~30배↑

염증성 장질환은 어떤 질병인가?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정상적 만성 염증이 장내에서 지속적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병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있다.”

염증성 장질환과 다른 장염의 차이는?

“염증성 장질환은 면역계의 고장으로 장에 실제 염증과 궤양이 발생하는 만성적·기질적 질병이다. 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장 검사상 이상이 없고 장의 기능만 예민해져 나타나는 증상이다. 식중독 등 일반 장염은 바이러스, 세균, 상한 음식 섭취로 인한 일시적 질환이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공통점은 만성적이라는 것과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국한되고 장 점막층에 얇게 전체적으로 분포하는 반면, 크론병은 소화관 어디에든 발병 가능하며 장벽의 전 층에 깊게 침범해 정상 조직과 섞여 있다는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혈변·점액변·긴급한 배변감이 주요 증상이라면, 크론병은 복통·체중감소·치루 등 항문 질환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크론병의 대표적 증상은?

“4주 이상 지속되는 설사 또는 복통, 혈변이 가장 중요한 임상적 특징이다. 한국인은 항문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30~50%로 서구에 비해 높다. 치루가 함께 지속되면 크론병을 의심해야 한다.”

발병 원인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서구화된 생활 습관·흡연),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등이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크론병과 소화기계 암의 연관성은?

“만성염증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크론병은 주로 소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소장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 대비 20~30배가량 높다. 크론병이 대장에 생길 경우 유병 기간이 길고 범위가 넓을수록 대장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3배 높다.”

크론병이 청소년에게 더 위험한 이유는?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크론병은 키 성장을 저해하고, 뼈를 약하게 하며,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고립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성인 환자보다 병의 전개 양상이 더 광범위하다.”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염증이 장벽 깊숙이 파고들면서 장의 구조 자체를 파괴해(장누공, 장천공, 장폐색 등) 응급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크론병의 치료법은?

“가장 핵심적인 치료법은 약물요법이다. 항염증제, 스테로이드, 면역 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활용해 증상을 잡는다. 약물로 조절이 안 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대상과 수술법은?

“장천공에 의한 복막염, 조절되지 않는 대량의 장출혈, 독성거대결장(대장이 심하게 팽창하는 질환)이 발생하면 즉시 응급 수술을 해야 한다. 크론병은 수술 후에도 다른 장기 위에 재발해 또다시 수술받을 가능성이 있기에 가능한 장을 적게 잘라내 남은 장의 기능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심각한 병변만을 없애고 건강한 장들을 다시 연결하는 소장 부분 절제술이 가장 많이 시행된다. 필요할 경우 장루(인공항문) 조성술, 치루 제거 수술도 한다.”

크론병 수술의 합병증은?

“장절제 수술 후 환자의 약 25%에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장을 이은 부분(문합부)의 협착, 누출, 출혈, 복강 내 농양, 장폐색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누출에 의한 재수술 시 장루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고려대학교의료원 제공
고려대학교의료원 제공


궤양성 대장염 방치, 치명적 상황 우려!
궤양성 대장염의 대표적 증상은?

“혈변 및 점액변, 지속적인 설사, 복통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한 달 이상 혈변 및 점액변을 보거나, 자다가 깰 정도의 복통 또는 설사가 있다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권한다.”

궤양성 대장염이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나?

“만성적인 점막 염증 중 일부는 암으로 이어진다. 유병 기간이 길거나(10년: 2%, 20년: 8%, 30년: 18%) 염증 범위가 넓을 때, 원발 경화성 담관염이 동반된 경우(5배 증가) 또는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궤양성 대장염의 발병 원인은?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크론병과 유사하게 면역체계의 이상,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추정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을 방치하면?

“대장이 운동을 멈추고 가스와 변을 배출하지 못해 심하게 팽창하는 ‘독성거대결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치명적이고 위급한 상황으로, 고열과 빈맥, 탈수, 쇼크가 우려된다. 그 밖에 궤양의 악화로 인한 대장천공, 대장암, 대장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법은?

“크론병처럼 약물치료가 핵심이다. 약 80~85%의 환자는 약물치료만으로 일상생활을 잘 유지한다. 하지만 약 15%는 수술해야 한다. 다만 크론병의 수술 목표가 상태 보존과 관리라면, 궤양성 대장염은 완치가 목표다. 일반적으로 ‘회장낭-항문 문합술’을 하는데, 수술 후 대부분 재발 없이 완치된다.”

응급 아닌 평상시 계획적 수술해야
궤양성 대장염의 수술법은?

“회장낭-항문 문합술을 가장 많이 한다. 이는 대장 전체를 절제하고 소장의 끝부분을 대변을 저장할 수 있는 주머니와 같이 만든 후 항문과 직접 연결하는 수술이다. 다만 합병증 위험이 크거나 변실금이 우려되면 영구 회장루를 만들기도 한다.”

전결장절제술과 전대장절제술은 무엇인가?

“전결장절제술은 직장은 남기고 결장을 모두 자르는 수술이며, 전대장절제술은 결장뿐만 아니라 직장까지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다. 직장의 절단은 항문 입구로부터 4~5cm 위의 항문직장륜에서 이루어진다.”

장루는 어떨 때 만드나?

“장루는 정상적 항문 기능이 불가능할 경우 장의 일부를 복벽에 고정해 대변을 체외로 배출하도록 만든 것이다. 수술 당시 환자 상태가 위급하고 문합부 파열 위험이 큰 환자에게서 임시 보호용으로 회장루를 만들 수 있는데, 추후 복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회장낭-항문 문합술 후 합병증(문합부 누출)이 심하면 영구 장루를 만들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의 수술을 미루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수술은 타이밍 싸움이다. 응급 상황(장천공 등)에서 수술하면 장루를 만들 가능성이 높고 장 문합부 누출률도 10%가 넘는다. 하지만 약물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영양을 보충한 뒤 평상시에 계획적으로 수술하면 문합부 누출률을 한결 낮출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의 예방법은?

“가공식품(햄·소시지·과자·탄산음료),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백미·밀가루 음식·가공된 시리얼)은 피해야 한다. 과일·채소·올리브유·생선·통곡물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하고, 식이섬유와 오메가-3 지방산(등푸른생선·들기름)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크론병의 강력한 위험인자인 흡연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규칙적 운동과 신체 활동은 장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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