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신 응급실 기록 작성 AI 개발, 진료 시간↑ 행정 업무↓” [건강 기상청 : AI형 병원]

  • 동아일보

[인터뷰] 유승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연세의료원 개발 AI, 퇴실 기록 작성 시간 50% 이상 줄여”
“내부망만 이용, 환자 정보 등 해킹·유출 가능성 없어”

유승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유승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AI(인공지능)가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의료원장 금기창, 이하 연세의료원)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의 퇴실 기록을 의사 대신 작성해주는 AI를 자체 개발해 실사용에 들어갔다. 연세의료원은 2025년 12월 4일 “병원용 대규모 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응급실 퇴실 기록 작성 AI 모델 ‘와이낫(Y-Knot)’을 개발했다”며 “와이낫은 병원 외부와는 연결되지 않아 환자 정보를 보호하는 안전성까지 갖췄다”고 밝혔다.

응급실 근무 의사는 빠른 검사와 치료를 시시각각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퇴실 기록지’라고도 불리는 응급환자진료기록부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이는 의료법상 의무 규정이다. 의사는 그 안에 내원 사유, 검사 결과, 처치 내역, 경과, 전원 여부, 퇴실 결정 사유 등 환자를 진료한 전체 과정을 기록해야 해 기록부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와이낫은 대규모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응급환자진료기록부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AI 모델로, 와이낫이 기록부 초안을 작성하면 의사는 최종 검토와 확인만 하면 된다. 실제 와이낫을 대형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사용한 결과, 응급환자진료기록부 작성 시간이 50% 이상 단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AI 모델 와이낫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록지가 품질면에서도 의사의 수기(手記) 작성 기록지보다 더 우수했다.

‘왜 안 돼?’, ‘할 수 있다!’


와이낫을 개발한 유승찬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는 “와이낫은 AI형 병원의 일부일 뿐이다. 와이낫은 응급의학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계속해서 보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전문의의 최종 검토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2025년 12월 13일 세브란스병원 AI혁신연구원을 찾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우에노 겐이치로 일본 후생노동성 장관, 사이아 마우 피우칼라 WHO WPRO 사무총장에게 와이낫의 개발 과정과 임상 현장의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유승찬 교수는 내과 전문의로서, AI와 관련한 의료정보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다음은 유 교수와의 일문일답.

AI형 병원이란?

“AI형 병원은 ‘AI가 의사를 대신하는 병원’이 아니라, 병원에서 돌아가는 기본 시스템(기록·검사·의사결정·모니터링)을 AI가 조용히 보조해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병원이다. 차량에 비유하자면 운전을 돕는 내비게이션 같은 존재다.”

와이낫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의정 사태로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급격히 증가했고, 한편으로는 AI 기술의 성숙도 역시 실제 임상 적용을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았다. 그때 ‘우리는 왜 안 돼?’라는 질문이 생겼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이미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과 신뢰 가능한 데이터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따라서 병원 안에서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LL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게 가능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이 독자 개발한 응급실 퇴실 기록 작성 AI 모델 ‘와이낫(Y-Knot)’이 작성한 응급환자진료기록부. 연세대학교 의료원 제공
연세대학교 의료원이 독자 개발한 응급실 퇴실 기록 작성 AI 모델 ‘와이낫(Y-Knot)’이 작성한 응급환자진료기록부. 연세대학교 의료원 제공


“병원 AI 직접 개발·적용, 세계 최초 수준”

LLM이란?

“‘Large Language Model’, 즉 ‘대규모 언어모델’을 가리킨다.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배워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AI 학습 기술로, 아주 많은 책과 문서를 읽고 글의 패턴을 익힌 뒤 질문을 받으면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초고속 글쓰기 조수’라고 보면 된다. 중요한 점은 LLM은 ‘사실을 아는 백과사전’이라기보다 ‘언어를 잘 다루는 엔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선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 등 안전장치가 꼭 필요하다.”

의사가 AI 모델 개발에 유리한 점은?

“AI형 병원 개발 과정에서 나의 역할은 임상 현장과 기술자들을 연결하는 ‘번역자’에 가깝다. 의료진이 실제로 겪는 불편과 위험 요소를 기술자와 연구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로 구조화하고, 반대로 AI 기술이 어디까지는 도움이 되지만 어디서부터는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임상적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다.”

타 병원들과 비교한 와이낫의 강점은?

“직접 개발한 LLM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와이낫은 2024년 11월부터 실제 병원 환경에서 작동하고 있다. 병원이 주도해 LLM을 직접 개발하고 임상 현장에 적용한 사례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이며 사실상 최초 수준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LLM을 실제 임상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세의료원은 타 병원들보다 최소 1년 이상의 기술적·운영적 격차를 확보했다. 단순히 먼저 만든 수준이 아니라 안전하게 운영한 경험, 임상 진료 흐름에 맞게 조정·개선해오며 축적된 노하우, 의료진의 실제 반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현장 검증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환자 진료 정보 등의 해킹·유출 가능성은?

“기존에도 대규모 언어모델을 사용한 AI 모델은 있었지만, 응급실 외부와의 통신이 가능한 네트워크 사용을 바탕으로 해 병원에서 쓰기에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비롯한 민감 정보의 유출 위험성이 있었다. 와이낫은 ‘온사이트(on-site) LLM’과 ‘경량 트랜스포머 모델(Llama3-8B)’을 기반으로 설계돼 해킹 및 유출 가능성이 없다. 자체 개발한 온사이트 LLM은 외부 네트워크 연결 없이 병원 내부 서버에서 직접 운용되고, 경량 트랜스포머 모델은 AI 모델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크기를 줄여 병원 내부 서버에서 문제없이 구동하도록 한다. 이 덕에 외부와 연결되지 않고도 응급실 내부망(internal web) 안에서 사용할 수 있어 환자 민감 정보의 유출 등 개인정보 유실로 인한 문제를 방지한다.”

온사이트 LLM의 특징은?

“온사이트 LLM은 내부 서버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동작해 어떠한 환자 정보도 외부로 나가지 않는 게 특징이다. 쉽게 말해 인터넷이 끊긴 방 안에서만 작동하는 컴퓨터와 같다. 외부 인터넷망과 물리적으로 차단된 내부 서버에서 AI가 돌아가기 때문에 해킹 위험이 매우 낫다. 이 부분이 병원 안에서 쓸 수 있는 AI를 만든 결정적인 기술적 분기점이다.“

“와이낫, 다양한 병원 기록에 시범 도입”
경량 트랜스포머를 쉽게 설명하면?

“대형 모델을 백과사전 100권이 실린 트럭이라고 한다면, 경량 트랜스포머는 핵심이 요약된 노트 한 권이다. 꼭 필요한 의료 지식만 쏙 뽑아 가볍게 만들었기 때문에 병원 내 작은 컴퓨터에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돌아간다는 장점이 있다. 와이낫은 이 핵심 요약 노트 기술을 이용해 만든 병원 기록 전용 AI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경량 트랜스포머를 개발한 이유는?

“대형 모델 LLM을 그대로 병원 내부에 올리는 것은 서버 비용과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경량 트랜스포머 구조의 작은 크기 모델을 효과적으로 훈련시켜 병원 내 의료 언어 처리에 필요한 정밀도를 유지했다. 특히 한국의 의료 문서는 대개 한글과 영어가 혼재된 경우가 많아 2개의 언어를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AI 모델을 다시 병원 내부망(온사이트)에서 돌아가도록 최적화해 보안성과 속도를 확보했고, 모델 학습을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의료 기록들을 추가 학습함으로써 임상 문서 생성의 정교함을 높였다.”

와이낫 개발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의료진의 시간을 행정에서 환자 대면 진료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단순한 업무 효율화가 아니라 의료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와이낫 도입이 환자에게 좋은 점은?

“환자가 체감하는 장점은 크게 3가지다. 진료 시간이 늘어나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더욱 충분해질 수 있으며, 기록이 더 읽기 쉬워져 다음 진료가 빨라진다. 아울러 진료 기록의 누락 감소로 안전성이 향상된다.”

AI 기반 자동기록시스템의 확장성은?

“매우 크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수술 전 환자 평가지, 입원 기록, 경과 기록, 퇴원 요약지를 비롯해 다양한 기록에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일부 진료과에서 시범 도입 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으며, 확산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다만 모든 경우에서 의료진의 최종 검토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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