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직장인 김모 씨는 한 달 넘게 감기에 시달렸다. 아침마다 코가 꽉 막혀서 커피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었고 밤에는 기침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처음엔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하고 감기약을복용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누런 콧물이 계속 나오고 냄새도 잘 맡을 수 없었다. ‘이상하다. 감기가 왜 이렇게 오래 지속될까.’ 결국 주변에서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은 뒤에야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검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감기가 아니라 흔히 축농증이라고 부르는 만성 부비동염이었다.
만성 부비동염은 부비동 점막의 염증이 12주 이상 지속되는 질환이다. 부비동은 코 주위 뼛속에 있는 빈 공간으로 내부 점막에서 분비된 점액이 먼지나 세균 같은 이물질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점액이 고이며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코막힘, 누런 콧물, 후비루(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현상), 안면 통증, 후각 감소, 기침 등이 있다. 심한 경우 중이염이나 천식 같은 합병증이 동반될 수도 있다.
혹시 감기가 한 달 넘게 낫지 않는다면 단순 감기가 아닐 수도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 중 상당수가 ‘감기가 너무 오래 지속된다’고 생각하고 내원하지만 검사하면 만성 부비동염인 사례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만성 부비동염 환자는 약 94만 명이었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엔 50만 명까지 감소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로 감기와 호흡기 감염이 줄어든 효과다. 하지만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감염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부비동염 환자 수도 다시 늘어나 2023년에는 102만 명을 기록했다.
김 씨는 약만 먹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소 스테로이드 분무제와 항생제를 몇 주간 사용해도 증상이 남아 있었다. 결국 내시경 부비동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시경 부비동 수술은 약물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만성 부비동염 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적 치료다. 내시경을 이용해 염증 조직과 물혹을 제거하고 막힌 배출 경로를 넓힌다. 피부 절개 없이 진행되므로 회복이 빠르고 출혈과 통증이 적다. 김 씨는 고민 끝에 수술을 결정했고 수술 후 “이제야 제대로 숨 쉬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만성 부비동염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코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면 코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먼지나 담배 연기 같은 자극 물질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겨울철 난방을 틀 경우 가습기나 물 한 컵을 두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 이를 적절히 조절해야 부비동 점막의 부종을 예방할 수 있다. 혹시 아침마다 코막힘이 심하고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거나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감기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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