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달 탐사 조력자 역할 ‘톡톡’
광합성하는 ‘시아노박테리아’로… 화성서 산소 자체생산 가능해져
달 모래에 특정 박테리아 접목 땐… 토양 성분 변해 건축 자재로 사용
변이-미세중력 등 변수 존재하기도
우주비행사인 루카 파르미타노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박테리아가 든 카트리지를 설치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오랜 기간 우주 탐사의 장애물로 여겨진 박테리아가 인간의 장거리 우주여행 동반자로 ‘환골탈태’할 준비를 하고 있다.
9일 학계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고 거주를 위한 건축 재료를 만들고 식품 및 의약품을 생산하는 활동 등에 박테리아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박테리아는 통상 우주 탐사의 장애물로 인식됐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박테리아 변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논문 게재 사이트 ‘퍼브메드’에 공개했다. 박테리아 변이가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들어 박테리아가 우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속속 확인됐다. 영국 에든버러대 우주생물학센터 과학자들은 2020년 지구에서 희토류나 금속을 추출하는 데 활용하는 박테리아인 ‘스핑고모나스 데시카빌리스’를 ISS로 보내 지구 400km 상공에서 현무암으로부터 희토류 원소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달을 넘어 화성까지 도달하는 인류의 우주 탐사 계획은 이미 공개됐다. 2030년 ISS 운영 종료와 맞물려 2028년 지구 저궤도가 아닌 달에 우주정거장 ‘루나게이트웨이’가 구축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화성으로 유인 탐사선을 보내고 궁극적으로 화성 이주를 실현하기 위한 우주선 ‘스타십’ 시험 발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인류의 우주 탐사 계획이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박테리아의 가치가 다방면에서 조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의 물자를 수송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주선이나 탐사 장소에서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려면 박테리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는 우선 산소를 생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과학자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시아노박테리아’가 화성에서 산소를 생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햇빛과 화성 대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면 시아노박테리아로 우주비행사들에게 필요한 산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다.
생명공학자들은 시아노박테리아의 일종인 ‘스피룰리나’를 이용해 우주에서 진통제인 ‘파라세타몰’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우주비행사들이 비행 중 흔히 경험하는 두통을 완화할 수 있는 약물을 박테리아를 이용해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피룰리나는 태양 에너지와 물만 있으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 식량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박테리아는 우주 건축 자재로도 쓰일 수 있다. 달에는 점토가 없고 퍼석퍼석한 모래 입자만 있기 때문에 건축 자재인 벽돌을 만들려면 모래들이 서로 달라붙게 만들어야 한다. ‘스포로사르시나 파스테우리’라는 박테리아는 토양 성분을 탄산염 이온으로 전환한다. 우주에서 탄산염 이온과 칼슘 이온을 결합하면 시멘트용 석회석을 생산할 수 있다.
우주는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환경이기 때문에 지구의 실험실 환경과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 변수다. 지구에서는 유용했던 박테리아가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박테리아는 예기치 못한 변이가 생기거나 감염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테리아를 잘 격리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셰릴 니커슨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박테리아가 우주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일을 해선 안 될지 이해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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