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망원경 우주영상 6주간 선정 작업…“특권이자 외로운 작업이었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14일 1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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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심우주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세계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이들 사진은 웹 망원경이 보내온 사진의 극히 일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공개할 영상을 선정하기 위해 일단의 과학자들이 어려운 작업을 벌였으며 선정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비밀을 유지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보도했다. 영상 선정 과정에 직접 참여한 자사 기사 조슈아 소콜의 기사를 통해서다.

지난 12일 카리나 성운 영상 등이 공개됐다. 나는 그보다 한달 가량 앞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당시 볼티모어의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I) 회의실에 몇 사람이 커피잔을 들고 모여 있었다. 며칠 째 아침마다 모여서 공개할 영상을 선정하는 팀이었다. 이들은 모두 사전 유출을 하지 않기로 비밀유지 서약을 한 사람들이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처음엔 잘 설명하지 못했다. 일부는 천문학자들도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칼 고든 박사는 “이 작은 아치 모양이 뭔지 모르겠네”라고 했다. 바나나나 엿가락처럼 생겼었다.

다른 것은 더 심했다. 완전히 다른 세상 같은 풍경에는 육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모든 세상이 픽셀 하나보다 작게 표시돼 있었다.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모뉴멘트 계곡(미 애리조나주)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 태양계보다 큰 돌풍이 부는 가운데 산계곡에서 안개가 피어올라 자기장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천문학자, 공보담당자, 과학해설자 등으로 구성된 이 팀은 6주 동안 웹망원경이 보내온 영상을 재구성했다. 발표 하루전인 지난 11일 마지막 순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진 1장을 공개함으로써 기대를 한껏 키웠다. 그는 “이 영상들이 미국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티모어에 모인 이 팀은 비밀리에 모인 과학자, 홍보 담당자, 브랜드 마케터들이었다. 모든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정책입안자들에게 투입한 예산이 얼마나 가치 있는 지를 알리고, 우주의 가장 매혹적인 비밀의 순간이 손안에 들어왔음을 알리는 것이 이들이 할 일이었다.

웹 망원경보다 앞서 32년째 작동하는 허블망원경 덕분에 기대가 한층 더 커질 수 있었다. 허블 망원경이 보내온 첫 사진은 망원경 거울이 찌그러져 있음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의회가 프로젝트를 공격했다. 그러나 허블 망원경 수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창조의 기둥’과 같은, 입이 떡 벌어지는 은하와 성운의 영상을 보내왔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노련한 천문학자들조차 어떤 영상을 보내올 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웹 망원경이 특화된 적외선 촬영으로 허블 영상에서는 고체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 잿빛 연기 모습의 권운이 됐고 저 멀리 있는 은하가 훨씬 밝게 나타났으며 암흑 속에서 새로운 형태가 나타났고 우주 전체가 사멸하는 별이 내뿜은 유기 분자들이 발하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채색작업이 필요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는 첫 영상이 6주 내에 공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주의 심연을 몇 주 동안 응시하는 작업은 특권인 동시에 외로운 작업이었다.

영상 공개 작업을 이끈 천문학자 클라우스 폰도피단은 지난달 초 웹망원경이 보내온 우주의 심연 영상을 처음 다운로드했다. 장시간 먼 은하수들을 확인하는 작업은 태초의 시간으로 거슬러갔으며 인류의 어떤 도구로도 볼 수 없었던 우주의 끝을 향했다. 폰도피단은 “2시간 넘게 앉아서 영상을 응시하고 나니 정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우주탐사는 단순한 탐사에 그치지 않으며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상상력이 필요하다. 망원경에 이름이 오른 1960년대의 제임스 웹 나사 국장은 아폴로 계획을 뒷받침하느라 예술적이고 시각적인 소통을 했다. 국무부 출신인 그는 감성에 호소하는 언어에 능숙했다. 1968년 우주인이 촬영한 푸른 지구의 모습이 타임지와 라이프지에 시와 함께 실렸다. 미 우편국이 이 싯구를 도장으로 새겼다. 우주인들이 달을 선회하면서 지구인들에게 다시 들려주는 태초의 말씀이라고.

아폴로 계획 예산이 삭감된 뒤 나사는 제트추진연구소 및 칼 세이건과 같은 헐리우드 과학자와 협동 작업을 했다. 이들은 러시아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위해 비용 지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개발했다. 언론매체들과 정치인들을 초청해 다른 혹성의 사진을 소개했고 이를 다시 엽서로 만들어 관광상품으로 판매했다.

오늘날엔 디지털 영상 기술자들이 여러 파장의 데이터를 합성해 극도로 선명한 모습으로 재현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영상이 새로운 혁신의 기폭제가 됐다. 훨씬 빨라진 디지털 처리와 초기 인터넷을 통해 기억에 남는 영상들이 널리 퍼졌다. 기술자들과 영상 처리 전문가들이 허구지만 우주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허블 망원경 영상의 시각화 작업은 인간의 시각이 파장이 짦은 빛은 파랑빛으로, 긴 빛은 녹색빛으로, 아주 긴 빛은 빨강빛으로 인식하는 것을 반영해 이뤄졌다. 이렇게 함으로써 실제로는 인간이 볼 수 없는 영상을 시각화해 현실감을 주고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한다. 웹 망원경이 촬영한 영상도 똑같은 시각화 작업을 거친 것이다.

2016년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나사, 유럽 및 캐나다 우주국 대표들이 구성한 위원회가 웹망원경이 촬영할 대상 70가지를 선정했다. 올 겨울 망원경이 작동을 시작하면서 위원회가 표적을 재선정했다. 6주안에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시한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앞으로 몇 개월에 걸쳐 공개될 추가 영상들도 포함됐다.

드디어 지난달 초 폰토피단 박사 컴퓨터 화면에 초기 결과물이 반짝거릴 수 있게 됐다. 그가 유일하게 웹 망원경 영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컴퓨터 화면에서 영상처리팀이 파장에 따라 색갈을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을 지휘한 조 데파스퀘일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모든 사람들을 홀릴 수 있는 영상이 나왔다”고 했다.

아폴로 우주인이 보내온 달의 사진이나 허블 망원경 사진에 나타나는 것처럼 단단한 육지의 영상이 나올 수 있을까? 두고 봐야 한다. 가능성은 있다. 우주의 모습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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