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운동부족으로 건강 악화”… 산책으로 당뇨 잡은 의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7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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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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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운동을 중단한 사람이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헬스클럽과 운동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건강이 악화된 사람도 적지 않다.

김영수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64)도 그랬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고 충격을 받았다. 당화혈색소 농도가 6.8%였다. 당화혈색소는 당화(糖化)된 혈색소란 뜻이다. 이 농도가 6.0%를 넘으면 대체로 당뇨병 초기로 판단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복 혈당도 dL당 147mg이 나왔다. 정상 수치(dL당 100mg 이하), 공복 혈당 장애(100~125mg)를 크게 넘어 당뇨병(126mg 이상) 단계에 해당됐다. 사실상 이미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도 240mg까지 올라갔다. 가까스로 총콜레스테롤 정상 범위(240mg 이하)를 유지했다.

이처럼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적은 없었다. 어쩌다 건강이 이렇게 나빠졌을까. 김 교수가 내린 결론은 ‘운동 부족’이었다.
● ‘코로나 기간’, 당뇨병에 걸리다
2000년 11월 당시 40대 초반이던 김 교수는 안면 신경 종양 수술을 받았다. 양성 종양이기는 했지만 10시간이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이후 한 달 동안 요양하느라 근력이 크게 떨어졌다.

운동으로 체력을 회복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했다. 한때 마라톤 하프코스까지 뛰었지만 이후로는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헬스클럽으로 장소를 바꿨다. 매주 3회, 헬스클럽 트레드밀에서 30분을 달렸고, 추가로 30~5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이런 운동 습관을 10여 년 동안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다니던 헬스클럽이 간헐적으로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얼마 후 운동 습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운동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슴푸레 느끼고는 있었다. 밥만 먹으면 무기력증이 생겼다. 허리둘레가 늘어났고,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반대로 허벅지는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어깨는 축 처졌다. 김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으니 전형적인 ‘노인성 근 감소’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약간의 방심이 당뇨병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의사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정신이 확 들었다”고 말했다.
● 야외를 걸으면서 심신을 달래다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았다. 김 교수는 올 1월 본격적으로 당뇨병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우선 산책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2, 3회 대학교 운동장 트랙을 돌거나 병원 뒤쪽 중랑천 산책로를 걸었다. 주말 이틀 동안에는 집 근처 한강 둔치로 나가 아내와 함께 걸었다.

주 4, 5회 걷는 습관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시속 5.5㎞의 속도로 1시간 동안 걷는다. 느릿한 산책보다는 빠르고 파워워킹에는 못 미친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에는 약 8000보가 찍힌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평일과 주말 각각 3~5개 코스를 만들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코스를 달리해 걸으면 훨씬 재미있단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요즘은 헬스클럽에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다. 반면 야외 걷기는 티셔츠 하나만 걸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자연 풍광을 즐기며 걷는 건 뒤늦게 발견한 즐거움이다. 김 교수는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느긋하게 걷다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근력 운동은 주로 연구실과 집에서 한다. 연구실에서는 매일 1, 2회 팔굽혀펴기를 15회씩 5세트를 한다. 집에서는 매주 2회 TV를 시청하면서 아령 운동을 한다. 4, 7, 10㎏짜리 아령을 각각 10분씩 총 30분 동안 이용해 상체 여러 부위의 근력 보강 운동을 한다. 이런 근력 운동은 효과가 있을까. 김 교수는 “5개월 동안 꾸준히 하니 구부정한 등도 펴지고 어깨 근육 뭉친 것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 식이요법 병행 5개월 만에 혈당 잡았다
운동만으로는 당뇨병을 잡을 수 없다. 약도 먹어야 하고 음식 조절도 해야 한다. 김 교수 또한 식이요법을 실천하고 있다.

식이요법의 기본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다. 김 교수는 쌀, 밀가루, 설탕을 멀리 한다.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미리 밥을 덜어 먹는다. 그 덕분에 종전보다 30% 정도 식사량이 줄었다. 추가로 매주 한두 번은 저녁 식사를 건너뛴다. 이른바 ‘간헐적 저녁 건너뛰기’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전에는 5분 만에 후딱 식사를 해치웠다. 지금은 최소한 15분을 채운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이렇게 하면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 5개월. 성적표는 어떨까. 우선 체중과 허리둘레 모두 줄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함이 커졌다. 낮에도 식후 졸림 증세가 사라졌다. 객관적인 건강 지표도 달라졌다. 김 교수는 인터뷰 당일 혈액검사를 했다. 당화혈색소는 6.2%로 공복혈당은 127mg으로 떨어져 있었다. 당뇨병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을 회복했다.

김 교수는 “물론 약을 복용하고는 있지만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건강이 다시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몸이 더 좋아지면 속도를 높여 달리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산책도 충분한 운동…걷는 습관 정착땐 퇴행성 질환 걸릴 확률 낮아”


산책도 제대로만 하면 충분한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게 김영수 교수의 운동 철학이다. 무엇보다 걷기를 생활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치매와 파킨슨병 분야의 베스트 닥터다. 그에 따르면 걷는 습관을 정착시키면 이런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설령 병에 걸려도 걷기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떨어진 후에는 걷는 방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 김 교수는 “척수 안에 이른바 ‘워킹센터’라는 시스템이 있다. 평소에 많이 걸으면 뇌를 거치지 않고 이 센터가 바로 명령을 내린다. 따라서 파킨슨병에 걸리더라도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걷는 것이 좋을까. 워킹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김 교수는 대체로 평소 보폭보다 20㎝ 정도 더 크게 걷는다. 성큼성큼 걷는 모양새다. 발을 뻗을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한다. 이어 발바닥으로 바닥을 누르듯이 한 뒤 발가락 끝으로 바닥을 쳐 주는 느낌으로 걷는다. 다만 보폭을 이렇게 키울 때 엉덩이 관절 쪽이 아플 수 있다. 이럴 때는 스쾃을 20회씩 3세트 정도 해 줄 것을 김 교수는 권했다.

운동 전후에는 스트레칭을 최소 5분 정도는 해 줘야 한다. 또 걸을 때 시선은 약간 위쪽을 향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10~15분 걸었을 때 등이 저절로 펴진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걷기 덕분에 김 교수는 외래 진료를 할 때 2, 3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등을 곧추세울 수 있다고 한다.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물을 미리 마시면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걷기 전과 후 각각 500cc의 물을 마신다. 여름에는 모자를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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