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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시속 380km’ 거침없는 가속… 질주하라, 친환경 연료로

입력 2022-06-03 03:00업데이트 2022-06-03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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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 ‘인디500’ 경주용 車 대체연료 실험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IMS) 경기장에서 열린 인디애나폴리스500 경기에서 경주에 출전한 자동차가 질주하고 있다. 오른쪽 QR코드를 스캔하면 영상을 볼 수 있다. 미국곡물협회 제공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옥수수 산지인 인디애나주의 주도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IMS) 경기장.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날렵한 모습의 경주용 차량 33대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전광판에는 평균 시속 약 175마일(약 282km), 최대 속도는 시속 236마일(약 380km)이 찍혔다. 관람석을 꽉 메운 33만 명의 관중은 이날 개막한 ‘인디애나폴리스500(인디500)’ 자동차 경주를 지켜보며 연신 함성을 질렀다. 질주하던 차량들은 수시로 트랙 한쪽에 마련된 피트레인(정비공간)에 들어와 타이어를 교체하고 연료를 채웠다. 대회 주최 측은 대회에 출전한 모든 차량에 일반 휘발유가 아닌 바이오에탄올에 휘발유를 섞은 연료가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 탄소 배출 줄이는 바이오에탄올

인디500은 ‘르망24시’, ‘모나코 그랑프리’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인디500은 2.5마일(약 4km) 거리의 타원형 서킷을 200바퀴 돌아 총 500마일(약 804km)의 거리를 누가 빨리 주파하는지 겨룬다. 다른 대회가 차량 성능을 가리는 데 중점을 둔다면 이 대회는 모든 조건이 같은 차량으로 레이서들의 진짜 운전 실력을 가리는 대회로 알려져 있다. 대회 우승자에게 최고의 레이서라는 영예가 따라붙는 이유다. 이날 경기에선 선두가 38차례 바뀌는 치열한 경주 속에서 스웨덴 카레이서 마르쿠스 에릭손이 1등을 차지했다.

인디500의 또 다른 차별점은 출전 차량에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쓴다는 점이다. 2005년까지는 메탄올 100%를 쓰다가 2006년 메탄올과 바이오에탄올이 섞인 연료를 사용했고, 2018년부터는 바이오에탄올 85%에 휘발유 15%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 미 정부가 휘발유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펴면서 인디500이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연료 시험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를 수확해 세포벽을 이루는 셀룰로오스를 당으로 분해한 뒤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다. 화석연료보다 대기오염 물질이 적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 또 휘발유는 산소 함량이 적어 불완전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반면 바이오에탄올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어 불완전 연소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원료인 옥수수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흡수가 이뤄지고, 옥탄가가 높아 엔진의 열효율이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바이오에탄올은 휘발유 연료보다 탄소배출량이 44∼46% 적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산지인 미국과 중국, 브라질이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자원으로 바이오에탄올을 내세우는 이유다. 가격도 저렴해 고유가 대응책으로 활용한다.

○ 대체연료 진화의 시험장 ‘인디500’


한편에선 바이오에탄올 혼합연료가 차량 엔진 출력과 연료소비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인디500은 이런 주장을 검증하는 시험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일본인 카레이서 사토 다쿠마는 “바이오에탄올은 옥탄가가 높아 차량 파워가 굉장히 향상된다”며 “자동차 경주에 매우 적합한 연료”라고 말했다.

인디500 경주용 차량은 휘발유를 쓰는 포뮬러원(F1) 경주용 차량과 거의 대등한 성능을 낸다. 상용차의 경우 바이오에탄올을 휘발유에 10% 혼합할 경우 연비가 1∼2% 나빠질 수 있지만 이 정도는 주행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인디500 대회 주관사인 인디레이싱리그는 내년부터는 사탕수수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에탄올과 다른 바이오연료를 혼합한 100% 재생 가능한 연료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휘발유만 썼을 때보다 탄소 배출량을 60%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선 바이오에탄올이 이미 전체 연료 소비량의 10%를 대체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바이오에탄올 함량 비율을 높인 휘발유 사용 확대를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탄소 감축을 위해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해야 하는데 미국 내 2억7600만 대에 이르는 차량을 단시간에 모두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바이오에탄올이 내연기관차들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에탄올
옥수수, 밀, 사탕수수 등에서 나오는 전분에 알코올 생성 효소를 넣어 얻은 액체연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고, 연소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발생 비율이 대폭 줄어든다. 생산비가 휘발유의 8분의 1 수준에 머문다.


인디애나폴리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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