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검진에 당화혈색소 검사 포함해 당뇨 조기에 발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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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당화혈색소는 3개월 평균 혈당… 혈당 수치만큼 진단에 결정적
연속혈당 측정기 수가 포함돼야, 1형 당뇨 효과적으로 관리 가능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약 500만 명. 당뇨병 전 단계 환자의 수 역시 900만 명에 이른다. 더구나 췌장 기능이 완전히 없는 1형 당뇨병 환자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흔히 말하는 당뇨병인 2형 당뇨병 환자와 1형 당뇨병 환자 모두 혈당관리가 중요하다”며 “국가에서도 당뇨병의 심각성을 인식해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 검사가 국가검진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관리와 예방법에 대해 원 이사장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흔히 말하는 당뇨병인 2형 당뇨병과 1형 당뇨병의 차이가 뭔가.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나온다. 그런데 그 베타세포가 선천적으로 또는 나이가 들어 망가지면서 베타세포 부전으로 인해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이를 1형 당뇨병이라고 한다. 췌장의 베타 세포가 어느 정도 기능하는 2형 당뇨병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1형 당뇨병과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2형 당뇨병도 미래의 1형 당뇨병일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 관리를 위해 식후 30분 뒤에 30분 정도 걷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당뇨를 막기 위해선 스스로 느끼기에 단 맛이 나는 음식을 최소한으로 먹는 게 좋다. 영남대병원 제공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 관리를 위해 식후 30분 뒤에 30분 정도 걷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당뇨를 막기 위해선 스스로 느끼기에 단 맛이 나는 음식을 최소한으로 먹는 게 좋다. 영남대병원 제공
―당뇨병의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두 자릿수가 정상인 공복 혈당이 dl당 126mg까지 올라가거나 또는 식후 200mg 이상 올라가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공복 시 혈당이 두 자리에서 약간 올라가 100∼125mg이거나, 식후 혈당이 200mg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41∼199mg인 경우를 당뇨 전 단계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당뇨병의 모든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혈당 이외에 당화혈색소라는 것도 있지 않나.

“당화혈색소(HbA1c)는 3개월 동안 평균 혈당이다. 비록 혈당이 정상이더라도 당화혈색소가 6.5%가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당뇨병 진단 기준은 공복혈당, 식후혈당 그리고 하나 더 있는 게 당화혈색소다. 당화혈색소는 당뇨병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혈당수치보다 더 중요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당화혈색소 검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항목에 아직 들어가 있지 않다.”

―당뇨병은 혈당 조절이 중요하지만 관리가 쉽지가 않은 게 문제다.

“혈당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다. 그 다음이 약물요법이다. 요즘 우리 주위에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혈당을 높이는 음식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요즘 어르신들은 허리나 무릎이 아프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많이 맞는다. 스테로이드 주사 역시 혈당을 높이는 주범이다. 지속적인 스테로이드 주사는 되도록 피해야 된다. 유관 학회들이 함께 스테로이드 주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쉽게 혈당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기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데….

“스마트한 연속혈당 측정기가 속속 나오고 있고,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들은 식사 동안 혈당이 급속하게 올라가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속효성 인슐린’을 맞는다. 자동으로 인슐린을 넣어주는 인슐린 펌프도 있는데, 실시간으로 혈당을 알려면 바늘로 손끝을 찔러야 알 수 있다. 최근 이를 보안하기 위해 센서를 팔에 불이거나 배에 붙여 측정한 혈당값이 실시간으로 나온다. 환자들이 많이 편리해졌다.”

―연속혈당 측정기가 혈당 줄이는 데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이를 사용했을 때 어느 정도 당화혈색소가 떨어지는지 해외에서 대규모로 연구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1% 정도 떨어졌다. 전체 환자가 그만큼 떨어진 것이라 어마어마한 결과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형 당뇨병 환자의 15∼20%만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 중이다. 사용률이 외국의 절반 정도다. 환자들이 연속혈당 측정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분석 등이 필요하다. 이런 혈당 분석엔 의료진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관련 수가가 없다보니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사용을 권하는 게 쉽지 않다. 수가제도가 만들어져야 많은 1형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 예방을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알려달라.

“대개 ‘운동하라’ 하면 ‘무슨 운동을 해야 하나?’ 이렇게 묻는다. 걷는 게 가장 좋다. 가장 돈이 안 들고 가장 좋은 운동이다. 저녁 시간에 식사 뒤 30분 지나서 나서면 된다. 강아지하고 나서도 되고, 배우자하고 나서도 된다. 좋은 분들과 함께 산책을 30분 이상 하면 된다. 혈당이 떨어지는 효과가 크다. 당뇨 전 단계 환자들은 당뇨병이 더 진행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하루 7000∼1만 보 정도 걷는 것이 좋다. 다시 한 번 말하면 식후 30분 후, 매번 30∼40분 걷기다.

두 번째로는 요즘 음식이 굉장히 달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매운 음식 속에도 단 것이 숨어 있어 혈당을 올린다. 어떻게해서든 단 음식을 피해야 된다. 음식을 먹어보고 단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하루 먹을 과일도 손에 들어갈 만한 용량이 당뇨병 환자의 섭취 용량이다. 일반인들도 당뇨병을 막기 위해 적용하면 좋다. 그리고 단 과일을 채소로 바꾸면 된다. 토마토, 양배추, 배추 등은 달지 않고 배를 충분히 채울 수 있어 비만도 막는 1석2조의 효과를 지닌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당뇨#당화혈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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