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질 때 길 걷다 머리가 ‘핑’ 돌아요”… 기립 어지럼 예방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2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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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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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 씨(75)는 해마다 더위가 서서히 다가오는 이 시기 바깥출입이 두렵다. 5년 전부터 해마다 더위가 조금씩 시작되는 5, 6월에 길을 걷다가 머리가 핑 도는 현기증으로 여러 번 고생한 경험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엔 사우나를 하고 길을 걷다가 쓰러질 것 같은 아찔아찔한 어지럼을 느끼던 중 정신을 잃기도 했다. 그 뒤로는 외출이 더욱 조심스러운 그다.

최근 김 씨처럼 기립 어지럼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영향이다. 뿐만 아니라 기립 어지럼은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 증가, 그로 인한 고혈압, 당뇨병, 전립샘(선)비대증 등 노인 질환 증가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이형 교수의 도움말로 기립 어지럼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노년층 낙상을 초래하는 기립 어지럼
원래 어지럼이란 자신과 주변 환경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자기 자신 혹은 주위 환경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을 말한다. 가령 ‘회전목마를 타지 않고도 탄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는 것’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체 인구의 약 50%가 일생 동안 한번쯤 어지럼을 경험할 만큼 일상에서 두통과 더불어 신경과에서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다.

어지럼은 귀 안쪽에서부터 머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평형기관의 이상으로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기립 어지럼은 평형 기관의 이상 없이,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최근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어지럼이다.

기립 어지럼은 누워있거나 앉은 상태에서 일어날 때 혹은 보행과 같은 계속 서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이다. 흔히 현기증이라고도 불린다. 누구나 한두 번 경험하는 가벼운 증상일 수도 있지만 때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기립 어지럼은 어지럼 이외에도 만성피로, 집중력 결여, 무기력, 전신 무력감, 우울감 등으로 삶의 질 저하를 일으킨다. 또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 골절, 외상성 뇌출혈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 더운 시기에 잘 생겨, 기립경 검사로 진단
문제는 이런 기립 어지럼이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더워지는 시기에 잘 생기며, 특히 무더위가 본격화 되는 7, 8월에 절정에 달한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비해 피부로부터 빠져나가는 수분 소실이 심해 탈수에 빠지기 쉽고, 또한 장기간 햇빛에 노출되면 혈관이 이완돼 심장으로 유입되는 순환성 혈액량이 적어진다. 따라서 서 있는 동안 혈압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량의 감소돼 기립 어지럼이 생긴다. 기립 어지럼은 수축기혈압이 20mmHg 이상 떨어질 때 나타난다. 노년층에서 어지럼이 발생하면 환자들은 흔히 뇌중풍(뇌졸증)을 가장 걱정하지만 실제 이보다 더 흔한 원인은 기립 어지럼이다. 기립 어지럼이 심해져서 의식을 잃는 상황은 의학적으로 실신이라 부르며 흔히 기절, 혼절로도 불린다.

병원에선 뇌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촬영하거나 귀 부위 평형기관 기능검사로 잘 알려진 비디오안구운동 검사 등을 흔히 진행한다. 하지만 기립 어지럼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립경 검사를 통해 체위에 따른 혈압 변동을 파악하는 자율신경계 기능 검사다.

● 물을 자주 마시고 하체 근육을 튼튼히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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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 어지럼을 예방하려면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엔 하루에 2~3리터의 충분한 물을 매일 먹는 것이 좋다. 또 설사를 조심하고,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삼가야 한다. 과도한 땀 배출이 될 수 있는 뜨거운 사우나나 장기간 직립 상태에서의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한다. 술, 커피처럼 이뇨 작용을 하는 음식도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즉, 내 몸에 수분은 최대한 많이 가두어 놓고 몸 안에 물이 빠져 나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기립 어지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운동으로는 유산소 운동보다는 스쿼시, 빠른 걷기 등 하체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이 좋다. 하체 근육은 혈액의 대용량 저장소(USB) 역할을 해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하체 근육이 발달하면 심혈관계 질환, 당뇨, 기립 어지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로는 혈압을 올리는 약제가 주로 사용되지만 비약물 치료와 함께 병행할 때 그 효과가 더욱 좋다.

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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