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력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 막으려면 백신접종 속도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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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발견 3개월 만에 감염자 300명 육박… 코로나 방역 ‘초비상’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지난해 12월 28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처음 확인된 이후 석 달도 안 돼 국내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3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집단감염 사례까지 겹치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된 이상 지역사회 확산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방역수칙과 의료 인프라가 잘 작동하고 있어 해외와 달리 확산세가 억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상 감염력이 높을 수밖에 없고,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릴 경우 백신의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변이 바이러스 감염 288명, 아직은 소수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공식 집계가 나온 15일까지 28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213명, 아직 역학적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미국 변이 바이러스 등 기타 감염자가 75명이다. 지역사회 집단 전파는 2월 3일 국내 첫 사례가 확인된 이후 최근 경북 포항시 교회 관련 사례까지 11건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종류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 V, L, G, GH, GR, 기타 등 7개로 분류한다. 약 3만 개에 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염기서열의 조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2020년 4월까지 S와 V 유형이 유행하다가 G, GR, GH형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이후 GH형이 확산됐다.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3만 개의 염기 중 극히 일부가 바뀌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 ‘B117’은 염기 29개가 바뀌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변이 바이러스보다 GH형이 우세종인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2020년 10월 이후 국내 감염자 검체 총 4140건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한 결과 약 5%인 213건이 GH형이 아닌 변이 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감염력 강한 방향으로 진화… 치명률은 단정 어려워


변이는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며 진화의 원동력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숙주인 인체에서 바이러스가 복제·증식할 때 3개의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마다 1개의 변이가 생긴다. 변이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숙주에 대한 감염이 더 유리하거나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강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실제 연구에서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요나탄 그라드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스쿨 면역학 및 감염병학 교수 연구팀은 영국 변이 B117에 감염된 이들에게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기간은 평균 13.3일로, 기존 바이러스의 8.2일보다 길다는 사실을 지난달 19일 하버드대 온라인 도서관에 공개했다. 미국 마운트시나이대 의대 연구팀은 영국과 남아공,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가 인체를 감염시키는 능력이 최대 7.7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11일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발표했다.

하지만 감염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확산 속도가 더 높거나 치명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병독성을 높이는 쪽으로 변이하는 것은 생존에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의료 인프라에 부담을 줘 치명률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 백신 접종 속도가 중요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 지역사회 변이 바이러스 유행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변이는 감염력이 높기 때문에 확산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의료체계에 부담은 물론 백신의 효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는 확산 속도가 빠르다”며 “지역사회 집단전파 사례가 잇따르는 만큼 최대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속도도 중요한 변수라는 지적이다. 백신 접종자 수가 단기간에 지역사회에서 많아져야 백신 효과를 무력화하는 변이가 확산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의 증식 기회를 최대한 차단하지 않는다면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야 백신 효과 무력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rebor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변이 바이러스#백신접종#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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