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골다공증성 고관절 골절’ 생명까지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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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 뼈 약해져 쉽게 부러져
골절 시 욕창-폐렴 등 합병증 유발

유기형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골다공증성 고관절 골절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유기형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골다공증성 고관절 골절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겨울은 노인에게 괴로운 계절이다. 매서운 추위로 인해 외출을 최소화하고 활동에도 제한을 받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햇빛을 보지 못하고 근력이 점차 약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골절을 피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 줄어들뿐 아니라 골다공증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성 골절은 크게 손목, 척추, 고관절에 주로 발생한다. 고관절 골절은 전체 골다공증성 골절의 약 20% 이하로 발생 비율은 낮지만 다른 골절에 비해 골절 후의 합병증 발생률이나 사망률이 월등히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기형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의 관리와 치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한 까닭에 연령대별 고관절 골절 환자 수의 증가폭은 적어지고 있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고령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관절 골절 환자 중 약 70%가 여성인데 이는 폐경 후 호르몬 변화로 급속하게 뼈가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전형적인 고관절 골절은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혹은 걸으려 하다가 옆으로 비스듬히 넘어지는 형태다. 넘어지는 충격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외상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넘어진 그 자세에서 움직일 수 없다. 고관절은 척추와 하지를 연결해주는 관절로 한번 골절이 발생하면 앉거나 돌아눕는 등 자세를 바꾸는 것조차 힘들고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고령에게 있어 움직임의 제한은 욕창, 폐렴, 요로감염,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관절 골절 환자의 약 30%가 골절 후 2년 내 사망에 이를 만큼 매우 위험한 질환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원칙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환자를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조기에 강력하게 고관절을 고정하거나 인공관절 등의 수술을 시행한다. 의료사고에 대해 가장 엄격하고 민감한 미국에서조차도 고관절 골절 발생 뒤 24∼48시간 내의 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수술대기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합병증, 사망률이 낮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아무리 고령이고 여러 내과적인 질환을 앓고 있다 하더라도 수술이 지연돼 발생하는 위험성이 이전에 있는 여러 전신 질환을 그대로 두고 전신마취를 하는 위험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수술 전에 교정이 가능한 것만 빠르게 해결하고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며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조기에 본인이 통증 없이 견딜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체중 부하를 포함한 보행 운동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비타민D는 골다공증과 직접적인 관계는 적지만 체내의 근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으로 섭취하거나 햇볕을 쐬면 피부에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극히 소량이기 때문에 약물로 보충하는 것이 낙상에 의한 골절을 방지하는 첫 단추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적절한 운동이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폐경 이후의 여성이나 고령 남성은 아무리 운동을 해도 골절을 방지할 정도로 의미 있게 뼈가 강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절한 운동은 근력의 감소를 막아 낙상을 줄여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유 교수는 “아무리 건강해도 폐경 이후의 여성이나 70세 이상의 고령 남성은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골다공증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최대한 골절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되 만일 골절이 됐다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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