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연구 내실 다져… 미래 의료 선도할 ‘융합형 의사’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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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좌담회
전공의에 연구 참여 기회 제공
年3000만원씩 최대 2년 지원… 전일제 박사과정도 30명 선발
“미래 비전-안정성 보장되면 더 많은 전공의 지원할 것”

의사과학자(M.D-Ph.D)는 임상경험을 토대로 기초과학, 공학 등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활용해 질병치료와 신약, 의료기기 개발 등 보건의료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의사를 말한다. 정부는 작년부터 국내 바이오메디컬 산업 성장을 위해 의과학 연구를 수행할 의사를 대상으로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지원사업’을 시행했다.

이에 본보는 19일 보건산업진흥원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향후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 김종일 서울대 교수(운영기관 협의체 제2기 회장), 이민구 연세대 교수, 김현수 고려대 교수(운영기관 협의체 초대 회장)와 전일제 박사 과정 중인 김재원 광주 과기원 학생, 이경화 울산대 학생이 참석했다. 진행은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맡았다.

왼쪽부터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 김종일 서울대 교수, 이민구 연세대 교수, 김현수 고려대 교수, 이경화 울산대 학생, 김재원 광주 과기원 학생.
왼쪽부터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 김종일 서울대 교수, 이민구 연세대 교수, 김현수 고려대 교수, 이경화 울산대 학생, 김재원 광주 과기원 학생.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 기자)=‘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지원사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한 단장)=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것으로 ‘전공의 및 인프라 구축사업’과 ‘전일제 박사과정 지원사업’ 두 가지다. 전자는 연구에 관심 있는 전공의에게 임상 수련과 병행해 연구 방법을 교육하고 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성균관대 등 17개 기관이 참여 중이며 기관당 전공의 10명씩 선발한다. 현재 총 80여 명의 지원을 받았다. 선정된 전공의는 최대 2년 동안 연간 3000만 원을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후자는 기초 의과학과 융합과학 분야에 전일제 박사학위과정 이수를 지원한다. 연구 역량을 갖춘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8개 학교에서 30명이 선발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원은 연간 1억 원을 최대 4년간 지원받는다.

▽이 기자=국가에서 이러한 사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단장=
바이오산업을 포함한 의학의 패러다임은 각 개인의 유전정보, 생활습관 등 개인의 건강 정보에 근거해 최적화된 진단과 치료를 하는 ‘맞춤의료’로 가고 있다. 바이오메디컬의 이런 변화는 임상경험만 아니라 의약품, 의료기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아우르는 융·복합 연구가 필수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의학 교육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 양성에 집중돼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의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해 의료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국가적인 바이오메디컬 산업에 기여할 의사과학자 양성은 부족했다. 이들을 위한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이 기자=이 사업에 참여하는 의사에게 돌아가는 가장 큰 이점은….

▽김현수 고려대 교수=크게는 장학금과 연구지원비가 있다. 전공의는 연구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여러 기관 연구에 참여하면서 의과학자의 길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기자=이번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의 의견은….

▽이경화 울산대 학생=그동안 연구는 지도 교수의 도움을 받아서 수행했다. 이 사업으로 추가 연구비를 받으면서 책임감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박사과정이 끝나고 나서 진로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전일제 박사과정으로 연구만 하면 임상 환자를 보면서 얻게 되는 아이디어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재원 광주 과기원 학생=의학전문대학원을 거치면서 의료기기에 관심이 많았다. 의생명 연구실에서 공학을 공부하던 중 양성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지원사업은 양질의 의공학자를 배출하는 데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과 연구실의 활발한 교류는 아직도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이 기자=현실적으로 의사 입장에서 의사과학자 지원이 쉽지 않은 이유는….

▽김종일 서울대 교수(김 교수)=
임상 의사라는 안정적인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간다는 두려움이 큰 것 같다. 지금까지 의사과학자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선택하는 길이었다. 양성 사업이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수 있다면 더 많은 의사들이 고려해 볼 것이다.

▽이민구 연세대 교수(이 교수)=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안정성이다. 미국은 연구비에서 월급을 충당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구에 매진하고 싶어도 어느 정도는 환자를 봐야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현수 고려대 교수=의사과학자의 성공사례가 많을수록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이 기자=양성 사업이 발전하기 위해 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할 계획은….

▽한 단장=
의대생 때부터 기초 의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선발해 연구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중 우수 인재는 연구 분야로 유도하고 향후 전공의, 전임의로 이어지는 의사과학자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 전임의 과정을 신설해 외래 환자 진료시간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연구에 매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기자=미래의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김 교수=소위 잘나가는 의사 집단에 또 혜택을 줘야 하냐는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의사 한 명을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훌륭한 자원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우리나라 의과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대는 학석사 연계 과정을 통해 7년간 연구만 하는 학생들을 지원했다. 결과물이 꽤 좋다. 양성 사업으로 그동안 소수의 외톨이였던 의사과학자가 한국 의료를 이끄는 강력한 그룹이 되길 기대한다.

▽이 교수=
연세대는 양성사업 이전에도 연구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을 만들었다. 전일제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면 각 임상과와 생화학교실 등에 공동 소속이 된다. 하루 정도 임상을 보고 나머지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3년 후에는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양성사업으로 더 많은 의사들이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김현수 고려대 교수=
미래 의료 선도는 ‘연구중심병원’에서 시작한다. 모든 의사가 이 길을 갈 필요는 없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의학 분야의 난제에 관심이 있다면, 또 미래 의료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가장 확실하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은 ‘연구’라고 생각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헬스#의사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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