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시시콜콜한 전화까지 다 받아주는 의사 “환자 삶의 질 개선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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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환자들을 잘 관리하면 생존 기간을 늘리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수술 후 환자들의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며 지방 환자들에게는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줘 언제든지 상담에 응한다. 중앙대병원 제공
수술 후 환자들을 잘 관리하면 생존 기간을 늘리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수술 후 환자들의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며 지방 환자들에게는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줘 언제든지 상담에 응한다. 중앙대병원 제공
위암은 국내 발생률 1위인 암이다. 5년 생존율은 2017년 기준으로 76.5%. 꽤 높다. 정기 검진이 일등공신이다. 암을 조기 발견한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진 것. 1기 환자만 집계한다면 5년 생존율은 98%에 이른다. 물론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다. 이들을 살리기 위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최근 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영역이 ‘수술 후 관리’다. 환자가 빨리 회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완치율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에 따라 수술 후 환자 관리에 신경을 쓰는 병원과 의사가 늘고 있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46)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이다.

● “환자 삶의 질 개선이 핵심”
김 교수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술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할까.’

김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한다. 요즘 복강경 수술은 배꼽에 3㎝ 정도의 구멍 하나만 뚫고 진행한다. 다만 이 경우 동시에 투입된 수술 도구들이 서로 부딪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가 고안한 방법이 있다. 배꼽 오른쪽 상단 10㎝ 지점에 작은 구멍을 하나 더 뚫고, 그곳에 미세 겸자(수술용 집게)를 집어넣어 수술하는 것. 수술 시간이 많이 단축됐고 환자의 통증도 줄었다. 김 교수는 “의사가 수술을 편하게 해야 결과도 좋고 환자도 편해진다”고 말했다.

암을 뿌리 뽑기 위해 위를 뭉텅 잘라내는 게 옳을까, 조금은 힘들더라도 위의 기능을 보존하는 게 옳을까. 김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기능 보존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되는 유문(幽門) 부위를 살려내는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물이 장을 타고 잘 내려가지 않는 ‘배출 지연’ 부작용이 가끔 발생한다. 그때마다 약물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방법이 없을까. 김 교수는 수술할 때 보톡스를 투입해봤다.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김 교수는 본격적인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은 이미 받아 놓았다.

수술 후에 음식물을 평소처럼 잘 소화하고 장을 통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빨리 배출돼도 문제, 너무 더디게 배출돼도 문제다. 이 경우 위장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약을 투입하면 부작용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런 결과를 지난해 대한위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수술 후 조기 회복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수술 전 금식 기간을 줄이고, 수술할 때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덜 쓰며, 수술이 끝나면 재활 프로그램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그 결과 입원 기간이 1주일 이상에서 5일로 줄어들었다.

김 교수는 다른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굵직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소한 연구’에 더 관심이 많다.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직접 체감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 머릿속에 있는 연구 계획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 “가족과 지인에게 추천하는 의사”
최근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다른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며 김 교수를 찾아왔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의 조카 부부가 모두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조카 부부의 ‘강력 추천’으로 김 교수를 선택했다는 것.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이처럼 가족이나 지인 추천으로 온 이가 상당히 많다. 수술 후 관리에 대한 믿음이 그 이유다. 김 교수만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바로 의사가 직접 일대일 대응하는 ‘사후 서비스’다.

4개월여 전, 한밤중에 김 교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은 지방의 5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괜찮은 것이냐”고 물었다. 수술 부작용을 염려하는 듯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일 수 있으니 몇 시간 경과를 지켜보고, 그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일단 가까운 병원부터 가라”고 조언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 A 씨의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김 교수가 전화를 걸었다. 그 환자의 목소리가 밝았다. “괜찮아졌어요.”

사소한 해프닝이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이 김 교수에겐 흔하다.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과 달리 환자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기꺼이 답한다. 김 교수는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담당 교수의 대답만 듣고도 마음을 놓는다. 그러니 이 소통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A 씨 또한 같은 지역에 살던 B 씨를 김 교수에게 데리고 왔다. B 씨는 위암 초기였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염증 수치가 조금 높은 게 마음에 걸렸다. 김 교수는 지방에 내려가면 가까운 병원에서 염증 수치를 꼭 검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후 B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염증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내려왔답니다.” 그제야 김 교수는 마음을 놓았다.

“위암은 확실히 가족력 있지만, 유전이 큰 요소는 아냐”

이른바 ‘암의 가족력’은 의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위암은 어떨까.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은 확실히 가족력이 있다. 다만 유전이 가족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잘못된 식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족력이 생긴 것이다.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누군가 먹으면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같이 먹게 된다. 게다가 그 식습관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 결과 위암 가족력이 만들어진다는 것.

김 교수는 “식습관을 개선하면 위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암 작용을 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항산화 작용을 유발하며 항암 효과를 내는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회식 풍경을 떠올려 보자. 숯불 위에 쇠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진다. 불향을 가득 머금은 고기 한 점을 상추 위에 올리고 푹 절인 마늘과 쌈장을 얹는다. 소주 한잔을 마신 뒤 푸짐하게 한입 가득.

이런 회식이 즐거울 수는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낙제점이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단백질이 변형돼 암 유발 물질이 발생한다. 짠 양념을 얹으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축성 위염을 유발한다.

조리법을 바꾸면 된다. 고기는 삶거나 찐다. 비타민을 비롯해 항산화 물질이 많은 채소를 반드시 함께 먹는다. 매운맛은 위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매운 음식이 대체로 짜다. 그러니 순한 양념이 좋다. 햄, 소시지, 가공육 캔 음식도 위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

먹는 즐거움을 버려야 한다는 뜻일까.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가급적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며 “위축성 위염이 있다면 매년 검진을 하는 ‘성의’를 갖도록 하자”고 조언했다. 추가로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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