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과 밭에 젊은 땀방울을…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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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한 자식들이 주말에 아비를 만나러 온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식들이 오는 날이면 겉으론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론 아이처럼 설렌다. 이거 사 달라, 저거 사 달라. 바닥에서 뒹굴며 떼쓰던 아이들이 이제는 사회에서 인정받고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돼 대견한 마음이 든다.

장성한 자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모님이 생각난다. 부모님을 떠올릴 때면 논에서, 밭에서 굽은 허리로 일하며 땀을 훔치시던 모습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을 그릴 때면 늘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나의 부모님도 그러했고 나 역시 그랬듯 논에서 밭에서 흘린 땀으로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공부를 시켰다. 소를 팔아 아이들 대학을 보내고 쌀을 팔아 하숙비를 내고 고추를 따서 용돈을 주고 심지어 시집 장가도 보냈던 우리 부모님들. 그래도 그때는 살 만했고 행복했던 것 같다. 고약한 퇴비냄새를 맡아도 그 땅에서 자란 작물로 내 식솔들을 먹여 살렸으니까….

그렇게 우리 농산물은 대한민국의 가정을 지켜냈고 훌륭한 사회구성원들을 만들어 냈다. 지나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모든 산업의 기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농가의 모습을 보면 한숨부터 먼저 나온다. 어디를 가더라도 젊은 사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등이 활처럼 굽은 어르신들과 외국에서 온 이방인들이 논과 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뿐이다. 그래도 이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농업이 유지되는 상황이니 감사할 따름이다.

고령화된 농업사회에 젊은 일꾼을 수혈하기 위해 최근 정부에서 청년창업을 위해 각종 대책과 함께 자금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청년창업센터를 마련해 놓고 청년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면서 창업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들에게 금전적인 지원만으로 실업난을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정보통신기술(ICT)이니 스마트팜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농업환경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농업현실은 아직 그러하지 못하다.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근무환경 역시 열악한 상황이다. 인구의 도시집중화 현상으로 농업인구의 감소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농촌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청년들이 농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육체적으로 힘도 들고, 농사일로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예산은 농업인건비에 우선 지원해 농업 근무환경을 좋게 만든 다음 창업자금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청년들에게는 창업자금 지원보다 우선 경험을 축적할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깃배를 사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농업창업자금 지원을 할 경우라도 우선 농업현장에서 최소 3년 이상은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그래야 창업에 따른 실패를 최소화할 것이다. 농가에서 현장경험을 먼저 하게 되면 청년들에게는 축적된 경험과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농가들 입장에선 어느 정도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는 효과가 있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지 않은가. 특히 농업에선 더욱 그렇다. 논과 밭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숱한 눈, 비, 바람을 맞아봐야 몸으로 체득하며 흙과 작물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큰아들은 14년째 인삼농사를 짓고 있다. 이제 제법 농사꾼 티가 난다. 나는 내 아들에게 농사일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밭에서 인삼이 자라는 것을 보게 했다. 좋은 토양을 만드는 모습을, 꽃이 피는 모습을, 모종하는 모습을, 그리고 6년의 기다림을 배우게 했다. 밭이 교실이 됐고 농기구와 농기계는 연필과 노트가 됐다. 자연과 체험은 가장 좋은 스승이 었다.

마지막으로 이 땅에 사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이 세상 만물의 근본이라는 뜻이다. 농업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 국민들의 식탁과 건강을 책임지는 가장 소중한 산업이며 우리의 자산이고 자부심이다. 이렇게 우리 선조들이 지켜온 대한민국의 농업이 우리 청년들의 땀방울을 통해 과학이 접목된 농업, 미래지향적 농업, 세계로 뻗어나가는 농업으로 진화하고 발전하길 바란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헬스 동아#건강#인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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