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약 ‘혁신치료제’ 정부의 지원 절실

  • 동아일보

[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복되지 못한 병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술, 항암제로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암이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 치료약이 거의 없는 암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 순간에도 항암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암뿐 아니라 이전까지 큰 진전이 없던 질환에서 획기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희망의 약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면역항암제입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화학치료제나 표적항암제와 달리 인체 면역시스템에 작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암화학치료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지금도 다양한 암 치료에 쓰이지만 주변 정상세포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또 표적항암제는 특정 유전자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만 사용 가능한 데다 내성이 생기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이 두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한 항암제로 우리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만큼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부작용과 내성 우려가 적습니다. 다만 특정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통상 암 환자의 30% 정도만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 옵디보, 티쎈트릭 등입니다. 키트루다는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첫 치료제(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폐암의 장기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키트루다는 폐암과 흑색종, 두경부암, 방광암, 호지킨림프종 환자가 대상입니다. 옵디보는 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방광암(요로상피암), 신세포암, 위암이 대상이고, 티쎈트릭은 폐암, 방광암(요로상피암) 치료에 쓰입니다. 다만 암 종류에 따라 치료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혁신치료제 개발은 유방암 분야에서도 눈에 띕니다. 특히 생존율이 90%를 넘는 초기 유방암과 달리 전이성 유방암(4기)은 5년 생존율이 38.3%에 그치고 있습니다. ‘입랜스’라는 치료제는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이 치료제도 모든 유방암 환자가 대상이 아닙니다. 이 약을 효과적으로 듣게 하는 유전자인 호르몬 수용체(HR)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입랜스는 기존 치료제들보다 부작용이나 효능 면에서 개선된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년 이상 종양이 커지지 않는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해 혁신치료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인 ‘듀피젠트’도 혁신치료제로 꼽힙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계속되는 가려움증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습니다. 이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성인 환자들 중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듀피젠트는 중등도 및 중증 성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분야에서 약 20년 만에 등장한 신약입니다.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사용한 전신 면역억제제는 이상반응 때문에 장기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반면 듀피젠트는 장기(52주)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 받아 기존 치료제와의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혁신치료제의 가격입니다. 기존에 없던 치료제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약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따뜻한 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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