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두려운 주사기, 안전 기능으로 환자-의료진 걱정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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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주사기를 사용한 뒤 손가락으로 밀면 안전하게 바늘을 제거할 수 있다. 벡톤디킨슨 제공
주사기를 사용한 뒤 손가락으로 밀면 안전하게 바늘을 제거할 수 있다. 벡톤디킨슨 제공
어린 시절 병원에 대해 가진 가장 두려운 기억은 무엇입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삿바늘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수액이나 약물을 몸속에 주입하는 주사기는 의료기기 가운데 가장 기본이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접해 보았을 물건입니다. 두려움과 친숙함이 교차하는 의료기기라 하겠습니다.

주사기의 역사는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이미 피스톤 형태의 주사기로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적인 형태의 주사기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처음 발명했습니다. 유리 재질의 주사기는 의사가 정확한 양의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비슷한 시기 아일랜드에서 발명한 속이 빈 금속 재질의 바늘이 주사기에 적용돼 현재의 주사기 원형이 사실상 완성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주사와 관련된 의료기기는 작은 주사기부터 크게는 혈관 카테터(약물, 수액 등 혈관 진입을 위한 통로를 확보하는 바늘), 약물 주입 세트(수액 세트)까지를 포함합니다. 이 의료기기들은 병원 내 감염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수액 세트는 중증환자나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의 몸속으로 직접 약물 등을 주입하는 역할을 하므로 작은 감염에도 환자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의료진도 주사기를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의료인 10명 중 7명은 주삿바늘에 찔려본 경험이 있습니다. 드물지만 의료인이 주삿바늘에 찔려 B형 및 C형 간염, 심지어는 에이즈에 감염된 사례가 있습니다. 바늘에 찔린 간호사가 신경계 이상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걸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안전한 주사기’, 정확하게는 ‘안전한 수액 세트’의 등장은 환자와 의료진의 원내 감염 우려를 덜어주었습니다. 정맥주사나 카테터를 통한 약물 주입에 쓰이는 많은 의료기기에 단계별로 안전기능이 속속 적용되고 있습니다. 벡톤디킨슨 등 유수의 의료기기 회사들이 주사기의 안전성을 높이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먼저 환자의 혈관에 직접 들어가는 안전 주사 카테터와 안전 나비 바늘세트(나비침으로 불리며 채혈 등에 사용)가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사용 뒤 간단한 조작만으로 주사침이 안으로 숨어 버려 의료진의 찔림 사고를 크게 줄였습니다.

주사기와 수액세트를 바늘 없이 연결해 주는 커넥터의 등장도 안전한 사용에 한몫했습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을 추가하거나 여러 약물을 동시에 사용할 때 필요한데, 단순히 수액 세트에 새로운 약물을 넣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 개폐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늘을 통한 연결이나 오염 우려 없이 약물을 주입할 때 쉽게 중단하거나 재개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의 혈관을 통해 병원균이 침투할 기회가 현격히 줄고 의료진의 부담도 덜합니다.

미국에서는 주사기와 관련해 의료인의 위험을 줄이는, 안전 기능이 반영된 이 제품들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아예 법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그 결과 카테터 관련 혈류 감염은 법안 시행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원내 감염은 엄청난 추가 비용이나 환자 예후 악화를 부르는데 이런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줄이니 결과적으로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 경감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주사기#벡톤디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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