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벨상 타려면 세계적 네트워크 갖춘 연구그룹 길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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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vs 한국 대표 과학자 ‘네트워크’ 비교

 노벨상 후보로 꼽히는 한국의 대표적 과학자들은 ‘사회적 자본’이 해외 노벨상 수상자보다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자본이란 협력 가능한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칭하지만 과학자 네트워크에서는 공동 연구 인적 자원을 의미한다. 한국이 과학계 선두주자로 발돋움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연구 네트워크를 갖춘 그룹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월간 과학동아는 이재윤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팀과 공동으로 국내 대표적 과학자와 해외 노벨상 수상자의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비교했다. 국내 과학자는 생리의학, 화학, 물리 분야 전문가 중 국내외 언론에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는 인물을 선택했다. 이와 비교한 해외 노벨상 수상자는 국내 과학자와 연구 분야가 유사한 학자들 가운데 최근 수상자 중에서 꼽았다.

○ 외부 협력 부족한 국내 A과학자

 국내 생리의학 분야 대표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A 씨의 네트워크는 외부 협력이 부족한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랜디 셰크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비교한 결과다. A 씨는 함께 논문을 쓴 적이 있는 공저자가 216명, 셰크먼 교수는 264명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A 씨는 ‘내부 공저자 집단’이 아닌 ‘외부 공저자 집단’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내부 공저자 집단은 여러 차례 공동 연구를 했고, 서로 공저 관계로 얽혀 있는 그룹이다. 반면 외부 공저자 집단은 공동 연구 횟수가 적고, 교수 본인 이외에는 다른 공저자 그룹과 전혀 연결되지 않은 그룹을 뜻한다. 즉, 내부 공저자 집단은 자신의 실험실 연구원들인 경우가 많고, 외부 공저자 집단은 다른 학교나 연구소의 연구 그룹인 경우가 많다. 이들 중에는 전혀 다른 분야의 과학자인 경우도 있다. 즉, A 씨는 셰크먼 교수와 달리 함께 연구를 하던 동료들과 주로 논문을 썼다.

 이 교수는 “다만 A 씨는 셰크먼 교수에 비해 아직 젊으므로 사회적 자본이 계속 늘어날 여지는 있다”며 “내부 공저자 그룹과의 연구만으로 세계적인 업적을 이뤘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다.

○ 네트워크 풍부한 B과학자는 영향력 떨어져

 국내 화학 분야 유명 과학자인 B 씨는 201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네기시 에이이치(根岸英一) 미국 퍼듀대 교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공저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노벨상 수상자와 비교하면 외부 협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드러났다.

 공저자 규모 면에서는 B 씨가 387명으로 네기시 교수의 157명에 비해 두 배가 넘었다. 하지만 외부 공저자 규모에선 비슷한 수의 집단을 갖고 있었다. 비율로 볼 때 네기시 교수의 외부 협력이 더 잦은 것이다. 또 분석 결과 자신이 다른 공저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중페이지랭크’ 지수는 네기시 교수가 오히려 B 씨를 앞섰다.

 이 교수는 “B 씨가 더 많은 사람과 공동 연구를 했지만, 논문 공저자 대부분이 내부 연구자이고 외부 연구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네기시 교수의 사회적 자본이 B 씨에 비해 다소 많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국내 원로급 물리학자 C 씨의 경우에도 드러난다. C 씨를 201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프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와 비교한 결과 공저자 수 면에서는 오히려 앞섰다. 그러나 주 공동연구자들의 가중페이지랭크 지수는 절반에 불과했다.

 이 분석은 소수의 국내 과학자와 노벨상 수상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비교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가 구축한 연구 네트워크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만약 다음 세대에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A 씨나 B 씨의 연구 그룹에서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A 씨는 사회적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그 속에서도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만큼 앞으로 공동연구 네트워크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B 씨는 노벨상 수상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지속적 성장이 기대됐다. 이 교수는 “연구 그룹이 수준 높은 네트워크를 갖추면 거기서 훈련된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토양이 된다”며 “그게 바로 세계적 수준의 네트워크를 갖춘 연구 그룹들을 길러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노벨상 수상자#네트워크#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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