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맑았는데…때이른 미세먼지, 中 ‘G20 블루’ 끝난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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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때 이른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미세먼지 유입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 한달 일찍 온 미세먼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일부 지방이 미세먼지로 농도가 일시적으로 ‘나쁨’(일평균 81~150㎍/㎥) 수준을 나타내면서 8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7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것은 6일 밤부터 서해상에 머물던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쪽지방으로부터 유입된 탓이다. 더구나 한반도 상공의 대기가 안정화된 상태다. 이에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8일까지 수도권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

8일 수도권을 비롯해 호남, 영남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날 오전까지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을 보이다가 오후 들면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중국 발 미세먼지는 일반적으로 10월 경 밀려온다. 중국에서 난방을 시작하면서 미세먼지 양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여기에 북서풍이 불면서 중국의 미세먼지를 한국으로 이동시킨다”며 “하지만 최근 중국 북동부가 건조한 상태를 계속되면서 대기 속 미세먼지가 증가했고, 북서풍이 평년보다 일찍 불면서 미세먼지가 한국에 한달 정도 일찍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G20 Blue’가 끝난 영향?

“한동안 하늘이 푸르며 맑고 시원한 날씨였는데 갑자기 미세먼지라니요?”

“중국의 ‘G20 Blue’가 끝난 탓일 겁니다. G20 끝나자마자 한국으로 미세먼지가 몰려오잖아요.”

최근 가을 날씨가 때 지속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 게시판에 자주 보이는 질문과 응답이다. 한반도의 쾌적한 날씨에 이은 때 이른 미세먼지가 중국 때문이라는 것.

‘G20 Blue’란 4, 5일 중국 항정우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중국정부가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내놓은 파격적 환경정책을 일컫는 신조어다. 중국 정부는 G20 기간 동안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여러 도시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G20 Blue’로 중국 원유 수요가 줄면서 세계경제가 악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 중국이 대외 행사를 할 때 마다 ‘OOO Blue’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중 ‘APEC Blue’, 2015년 전승절 때 ‘열병식 블루’‘가 대표적인 예다.

’G20 Blue‘ 때문에 한반도 폭염이 종결되고 푸른 가을 날씨가 생긴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날씨와 ’G20 Blue‘와는 관계가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내륙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한국을 통과하려다 일본 동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혀 한반도 상공에 시원한 공기가 계속 머무르면서 선선한 날씨가 유지되고 있다.

김진철 기상청 통보관은 “중국에서 오는 공기는 북극의 영향으로 차가워진 것”이라며 “중국에서 내려오는 공기 덩어리는 수천 ㎞로, 한반도를 덮고도 남을 크기인데 이런 공기의 상태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화산이 폭발해 그 가스와 먼지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햇빛을 가릴 정도는 돼야 거대 공기 덩어리가 차가워진다.

맑은 하늘에 준 영향도 미비하다는 평가.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보통 7~9월은 원래 한국은 물론 중국도 미세먼지 농도가 낮고 공기질이 좋은 편”이라며 “10월이 돼야 중국 북쪽부터 난방이 시작돼 화석연료를 많이 떼면서 대기질이 나빠지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중국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온 것도 G20이 끝났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환경에 신경쓰는 일을 중단한 것과도 큰 연관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에서 오는 풍향을 보면 G20이 열린 항저우는 중국 남쪽 부근인 반면 7일 바람이 불어온 곳은 중국 북쪽인 탓이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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