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의료원의 로봇수술 경쟁력은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조치흠 센터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동산의료원 제공
“나이 때문에 수술이 겁났는데 건강을 회복하니 몸과 마음이 젊어진 기분입니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 사는 추득실 할머니(103)는 올해 1월 계명대 동산의료원을 찾았다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고령 환자는 회복이 더디고 여러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르는 부위가 작은 복강경(환자 수술 부위에 구멍을 낸 뒤 특수 카메라를 이용하는 수술) 시술이 진행됐다. 추 할머니는 수술 후 10일 만에 퇴원했다. 지난달 병원을 다시 찾아 수술 경과를 살펴보니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석 달에 한 번씩 정기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103세 환자가 수술을 받고 퇴원해 건강을 찾은 것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례가 거의 없다. 추 할머니는 주민등록상 나이가 103세이지만 실제 106세이다. 수술을 맡았던 백성규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100세 이상의 환자도 마취, 수술 기법 등 현대 의학의 발달로 수술이 가능해졌다”며 “고령 환자들의 수술이 늘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100세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2014년 당시 40세 여성의 대장암을 단일공(구멍 1개를 뚫어 종양 등을 제거) 로봇수술로 치료했다. 미국 대장항문학회지와 국제의학로봇수술 전문지에 게재돼 대장암 수술과 치료 한계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고 수준의 로봇수술 경쟁력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로봇수술은 활발하다. 2011년 6월 첨단 로봇 장비를 도입한 이후 기술을 향상시키고 수술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갑상샘암과 전립샘암 대장암 위암 폐암 등 암 수술과 심장 담낭 췌장 수술에 로봇을 활용한다. 지난달까지 1080건을 달성했다.
로봇수술은 의료진 시야를 최대 15배까지 넓혀 환자의 혈관과 신경이 잘 보이도록 돕는다. 조정장치(콘솔)에 앉아 3차원 확대 영상카메라를 보면서 수술한다. 어른 손가락의 절반 크기인 로봇 팔은 집게나 바늘 등의 수술 기구를 부착할 수 있다. 수술 부위에 1cm 미만의 구멍을 내 수술한다. 신경 손상과 출혈, 통증을 줄인다.
이 병원의 로봇수술은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의사들이 매년 찾아와 수술을 배운다. 미국의 로봇 장비 업체는 수술 과정을 교육용 영상으로 제작했다. 지난해 12월 성공한 5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단일공 로봇수술은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2014년 시작한 단일공 수술은 최근 269건이다. 현재 구멍 4개를 뚫는 수술보다 정밀하고 안정된 실력을 요구한다. 이 수술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2, 3일이면 퇴원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적용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치흠 로봇수술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로봇수술 경쟁력은 대구의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2018년 개원하는 새 병원에 성능이 향상된 첨단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서 새 병원 2018년 개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새 병원 조감도. 동산의료원의 직원들은 병원 전통에 자부심이 크다. 1899년 미국인 의료선교사 우드브리지 존슨(1869∼1951)이 영남권 최초 서양식 진료소인 ‘제중원’을 세우면서 출발한 동산의료원은 곳곳에 선교사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그들의 헌신적 봉사는 117년 병원 역사를 이끌고 미래를 여는 정신이다. 이 병원이 1990년 시작한 해외 봉사는 최근까지 10여 개국에서 의료진 500여 명이 환자 2만5000여 명을 치료했다.
동산의료원은 2013년 병동 입구에 역대 선교사들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 조각상과 시대별 사진을 전시하는 역사관을 만들어 ‘설립 초심’을 되새기고 있다. 국제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울릉도 주민과 독도경비대원을 위한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나눔 실천을 위해서다.
의료원은 올해 ‘미션&비전 2020’ 추진 원년으로 새 도약을 선언했다. 교직원 2300여 명은 지난해 선포식을 열고 헌신과 고객만족, 탁월함, 도전정신을 중심 가치로 2020년까지 국내 10위권 의료원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 2018년 상반기 개원할 예정인 새 병원은 핵심 기반이다. 20층에 병상 1033개 규모로 첨단 장비를 도입한다. 존스홉킨스병원 등 세계적 수준의 미국 병원 8곳을 본뜬 ‘환자 최우선’ 설계로 건립한다. 뇌혈관센터와 로봇수술센터, 신생아 집중치료센터, 얼굴성형센터 등 강점인 특화센터 투자도 늘린다.
직원들은 의욕이 넘친다. 권병철 운영지원팀장은 “최고 수준의 병원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에 늘 가슴이 뛴다”며 “환자의 신뢰가 의료원의 경쟁력인 만큼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