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40km 국산 수직이착륙 무인기 비행영상 최초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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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위이이잉.”

10일 오후 3시 전남 고흥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항공센터.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고속 수직이착륙 무인기 ‘TR-60’이 헬기처럼 로터(프로펠라)를 90도로 세운 채 서서히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50m 가량 올라갔을 때쯤 잠시 뒤로 살짝 물러서는가 싶더니 이내 고도를 높이며 앞으로 나갔다. 1km 상공까지 올라간 TR-60은 비행기처럼 로터를 수평으로 전환해 속도를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시속 150km에 이르자 TR-60은 고흥의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이날 항우연의 항공센터에선 자체 부착한 태양광 발전으로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EAV-2, 유인기를 무인기로 전환한 유무인복합기 CFT 등 다양한 무인기의 비행시연이 있었다. 이중 단연 눈에 띈 것은 TR-60이었다. 헬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면서도 최대 시속 240km에 이르는 고속비행이 가능한 틸트로터(Tiltrotor) 무인기 상용화 모델인 TR-60이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TR-60의 아버지격인 TR-100입니다.”

항우연 관계자는 TR-60과 모양은 똑같지만 크기는 그보다 두 배쯤 보이는 큰 무인기를 가리켰다. 2002년부터 9년 9개월간 정부가 9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틸트로터 무인기는 TR-100이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쾌거였다. 이후 TR-100을 기반으로 실용화에 적합한 크기로 만든 것이 TR-60이다. TR-100을 60% 축소했다고 해서 TR-60이란 이름이 붙었다. 현재 TR-60은 상용화 예산 확보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예산이 확보되면 2016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간다.

요란한 굉음도 TR-60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1km 상공 위로만 올라가도 TR-60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TR-60은 최대 4km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다 헬기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최고의 무인기로 평가받는다.

TR-60은 고흥 주변을 두 바퀴 돈 뒤 20여 분만에 이륙했던 활주로로 다시 돌아와 수직으로 착륙했다. 당초 민간용으로 만들어졌지만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감시하거나 수색할 수 있어 군사용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TR-60이 상용화될 경우 백령도처럼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서북도서지역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사막과 같은 넓은 지역을 정찰해야 하는 중동 국가들도 TR-60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아직까지 무인기의 용도는 군사용이 대부분이지만 민간시장에서 수요가 늘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무인기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IT) 업체들까지 무인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향후 10년간 민간 무인기시장은 연간 35%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세계 주요 국가들도 무인기 기술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중국의 무인기 기술수준은 세계 9위권이지만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 7위권의 기술을 보유한 무인기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진 항우연 항공연구본부장은 “한국의 무인기 기술은 세계 최상위국과 3~5년 정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5년간 집중 투자를 하면 세계 3~4위권으로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흥=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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