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기 참포도나무병원 원장(가운데)이 말레이시아 의료진에게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참포도나무병원 제공
서모 씨(78)는 10여 년 전부터 허리와 엉덩이뼈 쪽이 저렸다.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렇게 방치하다 보니 통증이 다리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걷기가 힘들 정도로 다리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어느새 서 씨는 걷다가도 수차례 쪼그려 앉아 쉬어야 길을 갈 수 있었다. 걸을 수 있는 거리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5분도 못 걸을 만큼 통증이 심해져 마사지와 물리치료 등을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의 추천으로 서울 서초구의 참포도나무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진단을 받은 서 씨는 놀라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허리 수술을 받고 힘들어하는 주변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의사는 “아직까지 마비 증상이 나타나진 않아 비수술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며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 시술’을 권했다.
○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 시술로 척추관 협착증 치료
척추관 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다. 대부분 50대 이후에 생긴다. 신경 주변의 뼈와 인대, 근육 등을 오랫동안 사용해 두꺼워지면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발생한다.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보통 걷다가 틈틈이 쪼그려 앉아서 쉬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다시 걸으면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종아리와 발끝까지 저리고 아프다. 주로 허리보다는 엉덩이뼈나 다리 쪽이 땅기고 찔리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 엉덩관절(고관절)이나 다리 쪽 문제인 줄 아는 경우도 많다.
참포도나무병원이 서 씨에게 실시한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 시술은 내시경이 장착된 얇은 관을 꼬리뼈에 삽입하는 방법이다. 관을 통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부위를 직접 보면서 치료한다. 신경 주변에 유착이나 염증이 발생했을 경우 레이저를 이용해 없애준다.
서 씨의 경우 국소마취만 했기 때문에 의사와 대화도 하면서 편안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보호자는 대기실에서 시술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서 씨는 시술을 받은 후 다리와 엉덩이 주변의 저린 느낌도 사라졌고 걷는 것도 편해졌다.
이 시술은 3년 전에 미국에서 개발된 최신 치료법이다. 기존에 통증클리닉에서 해오던 신경주사 치료와는 다르다. 효과가 좋다는 게 입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안풍기 참포도나무병원 원장은 “이 시술법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흉터도 남지 않는다”며 “20∼30분 정도의 시술 후 두 시간쯤 쉬면 걸어서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신마취나 수술을 받는 데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고혈압, 당뇨 환자들이나 고령자도 받을 수 있다. 국소마취만으로도 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임상경험 풍부한 전문의에게 시술받아야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 시술은 내시경을 통해 신경 주변에 들러붙어 있는 부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서도 볼 수 없는 병 부위를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이저를 사용해 직접 병변을 제거해 수술하지 않고도 수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참포도나무병원 측은 이 시술법이 염증과 유착을 약물로 녹이는 신경성형술보다 환자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척추관 협착증뿐 아니라 허리디스크, 수술 후 유착으로 인한 통증, 척추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통증에 효과적이라고도 덧붙였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안 원장은 “간단한 시술이긴 하지만 척수 신경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며 “따라서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소속된 안 원장과 이동엽 원장은 올 5월 대한신경통증학회 워크숍에서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이 시술법에 대해 강의와 시연을 했다. 병원 측은 말레이시아, 대만 등의 해외 의료진도 이 병원에 방문해 시술 과정을 참관하고 기법을 배워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척추관 협착증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방치하면 증세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에 치료하면 간단한 약물요법이나 물리치료만으로도 상태가 많이 좋아진다.
이 원장은 “척추질환자 중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명 중 1명꼴”이라고 말했다.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는 척추관 협착증이 심해져 다리가 마비되거나 대소변을 보는 데에 장애가 생겼을 때 등이다. 그는 “무조건 수술을 할 거라는 오해 때문에 통증을 참기만 하면 병을 키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은 척추질환에 대해 수술해 치료하거나 수술하지 않고서도 치료하는 방법 모두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엔 수술을 할 때 부분마취를 한 후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2∼3cm를 절개해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하는 방법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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