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 나이트’ 악당 베인이 위협한 폭탄, 실제는 핵융합로 연료통… 폭발 위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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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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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온 레이저 있어야 반응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등장하는 중성자폭탄(왼쪽)은 레이저 핵융합 장치의 일부로, 연료캡슐을 고정시키는 반응기에 불과할 뿐 폭발 위험은 없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강력한 에너지를 내는 레이저 장치(오른쪽)와 함께 있어야 한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등장하는 중성자폭탄(왼쪽)은 레이저 핵융합 장치의 일부로, 연료캡슐을 고정시키는 반응기에 불과할 뿐 폭발 위험은 없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강력한 에너지를 내는 레이저 장치(오른쪽)와 함께 있어야 한다.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판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화는 고담 시를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중성자폭탄을 두고 선과 악이 각축전을 펼치는 장면에서 절정을 맞는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과학적 오류가 보인다. 이 영화에서 설정한 대로라면 폭탄은 폭발 위험이 전혀 없다는 것.

주인공 브루스 웨인은 클린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해 핵융합로를 개발한 뒤 강 아래에 설치했다. 위험 상황이 닥치면 물에 빠뜨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곳의 위치를 알아 낸 악당은 핵융합로에서 공 모양의 장치를 분리한 뒤 특정 물질을 끼워 중성자폭탄을 만든다. 배트맨과 경찰은 이 폭탄을 빼앗은 뒤 해체하기 위해 핵융합로에 연결하려고 시도한다. 이에 대해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은 “영화에 나오는 핵융합로는 ‘레이저 핵융합 장치’를 본뜬 것인데, 공 모양의 장치는 ‘연료통’에 불과해 이것만으로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융합로에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주 연료로 쓰인다. 핵융합로는 이 연료들을 캡슐에 담고 1억 도가 넘는 레이저를 쏴서 점화해야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실제로 미국 국가점화설비(NIF)나 프랑스 레이저 핵융합 연구시설(LMJ)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핵융합 연구를 하고 있다.

NIF에서는 5일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미식축구장 3개 넓이의 장소에 설치된 192개의 레이저 장치에서 모은 빛을 수소캡슐에 쏴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반면 영화 속 악당들은 핵융합에 필수적인 레이저 장치도 없이 수소캡슐과 빛을 모으는 반응기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고담 시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다.

핵융합로에 들어가는 연료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 중수소는 바닷물에도 존재할 만큼 안정되고 삼중수소는 방사능을 내지만 종이나 물도 통과하지 못할 만큼 약하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조심스럽게 다루는 ‘핵연료봉’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원자로는 우라늄의 핵이 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핵연료 자체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반응기에 특정 물질을 끼워 넣어 폭탄을 만든다는 설정도 허구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영화에서 반응기에 끼워 넣는 물질은 플루토늄이나 아메리슘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이 물질들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때 함께 폭발해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레이저 장치에서 떼어 낸 반응기에 끼워 넣는 것만으로는 폭탄이 될 수 없다.

이 연구위원은 “핵융합로를 악용해 폭탄을 만든다는 설정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영화 ‘아이언맨’에서 가슴에 설치하는 핵융합로도 레이저 핵융합 방식인데 레이저 장치를 무시한 걸 보면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외국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레이저 핵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자기 밀폐형 핵융합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방식은 밀폐된 공간에 고온의 플라스마 상태가 된 중수소와 삼중수소 기체를 넣고 강력한 자기장을 걸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도 없어 국제적으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다크나이트 라이즈#핵융합로 연료통#초고온 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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