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울리는 악덕기업 애플? 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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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1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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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 모으면서도 자사 직원 급여에는 인색하다?

북미 애플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상당수가 터무니없는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미언론 뉴욕타임즈는 3만 명에 달하는 애플 스토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2만 5,000달러(한화 약 2,900만 원)에 불과하다고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미국 근로자 평균 연봉인 3만 9,300달러(약 4,600만 원)에 비해 비교적 낮은 액수다.

뉴욕타임즈는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너무 적다고 주장했다. 지난 해 애플이 번 돈의 총액을 애플 전체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47만 3,000달러(약 5억 5,000만 원)가 된다. 이는 일반적인 전자기기 판매점의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컨설팅 회사에 비견할 만큼 남는 장사다. 하지만 애플 스토어 직원들의 연봉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연봉은 시급으로 계산되며, 성과급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한 직원의 사례를 들었다.

뉴햄프셔주 살렘 지역 애플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조단 골슨(Jordan Golson)은 지난 3개월간 무려 75만 달러(약 8억 7,000만 원) 가량의 제품을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고작 시간당 11.25달러(약 1만 3,000원)의 시급을 받았을 뿐이다. 그는 “나는 애플의 팬이고 이 곳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하지만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과 내 월급명세서를 비교하면 불쾌하긴 하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애플 스토어 직원들 중 상당수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며 직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장문에 걸쳐 꼬집었다. 이 기사는 큰 파란을 일으켰고, 많은 외신들이 ‘악덕기업 애플’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급여가 낮은 이유가 있다?

애플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의 꿈의 직장’이 아니란 것은 확실히 알겠다. 더구나 지난 해 애플 CEO 팀 쿡이 받은 10년치 스톡그랜트(stock grant, 일정 기간 근무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5억 7,000만 달러(약 6,600억 원)에 이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직원들의 급여가 더 초라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을 직원을 착취해 임원의 배를 불리는 악덕기업으로 단정짓는 것은 이르다.

사실 애플 스토어와 같은 서비스직의 급여는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북미 서비스직의 평균 급여는 시간당 약 12달러(약 1만 3,000원). 애플 스토어의 급여는 평균에 가깝다. 반면 북미의 대표적인 전자기기 쇼핑몰 베스트바이(Best Buy) 서비스직 시급은 9.99달러(약 1만 2,00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애플은 자사 직원들에게 의료비, 퇴직금, 직원 할인 등의 기본 복지와 함께 애플 주식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다만 북미 내 애플 스토어의 인기에 비추어 봤을 때, 애플 스토어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제품을 많이 판매한 직원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은 ‘소비자를 우선 생각하는 회사의 정책’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서비스직에게 성과급을 주게 되면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보다 비싼 제품을 권하게 된다는 것. 언뜻 번드르르한 핑계처럼 들리긴 하지만 일리 있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애플처럼 성과급을 주지 않는 기업들도 많은 편이다.

애플이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서 모든 직원이 그 수익을 골고루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북미언론 타임즈는 “애플 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는 애플 스토어 직원들의 판매 능력보다는 쿠퍼티노 본사가 디자인한 제품이 주는 신뢰감 때문”이라며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기여도에 따른 차등 분배보다 일괄적인 균등 분배가 무조건 옳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찬반 논란이 거센 가운데, 최근 애플은 애플 스토어 직원들의 급여를 최대 25%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LA타임즈에 따르면 직원 할인 혜택도 더욱 커졌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맥킨토시’를 구입하면 500달러를 깎아주며, ‘아이패드’를 구입하면 250달러를 깎아준다. 이에 대부분의 외신들은 뉴욕타임즈의 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응이지만, 늦게나마 개선되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애플이 좋은 기업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잘못된 점을 알고도 나 몰라라 하는 진짜 ‘악덕기업’은 아닌 셈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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