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의약]혈관 노화 막는 성장호르몬제, 세계 첫 ‘서방형 개발’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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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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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명과학


LG생명과학은 1981년부터 유전공학 연구를 시작하며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매진해왔다. 1990년대부터 바이오 의약품을 자체 개발해 내놓기 시작했고, 2003년에는 퀴놀론계 항균제인 ‘팩티브’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받았다. 앞서 1993년에 새로 선보인 ‘유트로핀’은 2006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럽의약품기구(EMEA)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기도 했다.

LG생명과학은 현재 중국 인도 중동 터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의 7대 신흥 시장에 거점을 마련하고 항노화, 웰빙, 백신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그동안 성장호르몬제 개발에도 주목해왔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며 대개 발육 속도가 느린 소아 및 청소년의 치료를 위해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복부지방을 감소시키고 근력을 증가시키려는 중년이나 노인의 사용도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성인에게 성장호르몬제를 투여하면 지방의 분해나 단백질 합성을 통한 근육량과 골밀도의 증가 등과 같은 대사 작용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혈관이 노화되는 현상이 발생하므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현실을 대처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 성장호르몬이다.


처음에는 성장호르몬을 말이나 죽은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안정성과 효용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후 유전공학 기법이 발달하면서 1985년부터는 안전한 호르몬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사 방식의 투여는 언제나 불편함이 있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많은 이들이 치료를 꺼려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맞는 ‘데포형’ 성장호르몬이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주사를 맞은 부위에 피부가 빨갛게 변하는 발적, 곪거나 부어오르는 종창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아울러 기존 주사제와 동일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2∼2.5배의 용량을 투여해야 하는 등의 제약 때문에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최근 LG생명과학이 개발한 ‘디클라제’는 기존 성장호르몬제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바이오 의약품이다. 디클라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방형으로 개발돼 매일 주사를 맞는 불편함을 없앴다. 서방형이란 약물이 일정하고 지속적으로 방출되도록 설계된 약품을 말한다.


이 업체는 해외 37개 국가에 특허 등록한 서방형 기술을 제품 개발에 적용했다. 또한 디클라제에는 인체 내에 존재하는 히알우론산나트륨이라는 물질이 방출 조절제로 사용돼 안전성이 높아졌다. 히알우론산나트륨은 성장호르몬이 서서히 방출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며 항염작용이 있어 의약품에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성분이다.

이에 따라 이 제품을 주 1회 투여하는 것만으로 매일 주사를 맞는 방식과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LG생명과학 측의 설명이다.

디클라제는 1상 임상시험을 영국에서, 2상을 스페인에서 진행했으며 국내에서 3상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이후 2005년 8월에 임상시험을 끝내고 식약청의 허가를 얻었다. LG생명과학에 따르면 디클라제는 국내 여러 종합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을 통해 뇌하수체 종양이나 외상, 기타 뇌하수체 질환 등으로 인한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환자에게도 우수한 개선 효과를 보이는 점이 입증됐다.

LG생명과학은 이 제품의 해외 선진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FDA에 허가 신청을 냈으며, 올해 내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서방형 성장호르몬제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으면 팩티브, 밸트로핀에 이어 국내 개발 의약품으로는 미국 FDA 승인 3호, 국내 개량 바이오신약으로는 1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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