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짚는 0.03초 줄여 공중 3회전… 양학선의 체조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 한국 남자 체조대표 세계 최고난도 기술의 비밀

2012 런던 올림픽 개막 D―49일. 우리나라는 종합 10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이는 체조의 양학선 선수(20·사진). 타고난 신체조건에 과학적 분석과 훈련이 더해져 일찌감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양 선수의 도마 기술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7.4점입니다.”

지난해 7월 9일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1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 국제체조연맹(FIG) 기술위원회는 양 선수의 경기를 보고 “도마 역사상 가장 높은 난도의 기술”이라고 극찬하며 최고 기술점수를 줬다.

도마는 약 25m를 달려 구름판에서 도약한 뒤 뜀틀처럼 생긴 도마를 짚고 넘는 체조 종목이다. 양 선수는 이날 도마를 짚고 앞으로 한 바퀴 돈 다음 공중에서 연속 3회전하는 동작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이 동작이 바로 올해 2월 ‘양학선(YANG Hak Seon)’이란 이름으로 국제 공식 체조 채점규칙에 오른 기술이다.

지금까지 도마에서는 여홍철 선수의 ‘여2’ 기술이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최대 회전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돌아 착지하는 동작으로 기술난도는 7.0이다. 여2 기술도 쉽지 않지만 최근 여러 선수가 시도하고 있다. 반면 양학선 기술은 여2 기술과 0.4점이나 차이나며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은 양 선수가 유일하다. 자신의 기술만 제대로 소화한다면 우리나라의 올림픽 사상 첫 체조 부문 금메달은 양 선수의 것이다.

○ 비밀1 ‘치타처럼 달려라’

양 선수가 출발해 공중 3회전을 한 뒤 착지할 때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약 3초. 이 짧은 순간에 완벽한 동작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달리기, 도약, 회전속도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먼저 화려한 도마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추진력은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에 있다. 양 선수가 전속력으로 달려 구름판을 밟을 때 순간 속도는 초속 7.83m에 이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의 송주호 책임연구원은 “다른 선수들이 구름판을 밟을 때의 속도가 초속 6m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양 선수는 무척 빠른 것”이라며 “빠른 속도는 도약과 회전에 필요한 추진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멀리뛰기를 할 때 제자리에서 뛰는 것보다 일정 거리를 달려와 뛰는 것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 비밀2 ‘벌처럼 사뿐히 날아라’

달리기에서 추진력을 얻은 다음에는 손으로 도마를 짚어 도약한다. 달려온 힘을 공중에서 쓸 수 있도록 수직 방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도약할 때는 도마에 손이 닿는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 도마를 오래 짚으면 달리기로 축적된 힘이 도마로 전달돼 도약력이 줄고 결국 공중에서 기술을 쓸 시간이 줄어든다. 도약력은 회전속도에 영향을 주는데 회전속도란 1초에 얼마나 회전했는지를 각도로 나타낸 개념이다. 송 연구원은 “양 선수의 경우 도마를 짚는 시간이 0.18초에서 0.15초로 줄면서 공중회전속도가 초당 136도 늘었다”며 “이 덕분에 공중에 떠 있는 동안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이 회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비밀3 ‘김연아처럼 팔 모으고 돌아라’

공중 3회전에서 핵심은 팔의 움직임이다. 팔과 몸통 사이의 각도에 따라 회전속도가 달라지는 만큼 회전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팔을 몸통에 가깝게 붙여야 한다. 팔이 미세하게 벌어지기만 해도 속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양 선수는 회전할 때 팔을 최대한 오므린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측정 결과에서도 양 선수의 오른팔과 몸이 이루는 각도가 22도일 때는 초당 632도로 회전했지만 각도가 66도로 늘어나자 회전속도가 초당 557도로 줄었다. 과학적으로도 팔을 모으고 회전하는 게 기록에 도움을 준다는 얘기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점프를 할 때 회전속도를 높이기 위해 순간적으로 손을 모으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됐는지는 착지 순간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마에서 전체 동작은 도미노처럼 연결돼 있어 달리기, 도약, 회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으면 착지할 때 넘어지기 십상이다. 송 연구원은 “양 선수는 막판 훈련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어 착지 동작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비 동아사이언스 기자 hello@donga.com
#과학#체조#체조과학#양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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