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짜리 하늘을 나는 자동차? 예끼, 꿈 깨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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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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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경비행기에도 ‘통큰’ 바람이 부나?

3억원대의 저렴한 비행자동차가 조만간 출시될 전망이다. 북미 항공자동차 제조업체 테라푸기어는 지난 4일 열린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하늘을 나는 2인승 자동차 ‘트랜지션(Transition)’을 선보였다. 이 자동차의 기본형 모델 가격은 불과 279,000달러(한화 약 3억1,500만원). 물론 에어컨이나 자동조종장치(auto pilot) 등의 옵션을 추가하면 비용이 다소 증가할 수는 있다.


트랜지션의 외관은 자동차보다 경비행기에 가깝다. 유선형의 선체와 콕핏은 영락없는 경비행기의 그것이다. 동체 가운데 부분에는 접을 수 있는 날개가, 후면에는 꼬리날개가 달려 있다. 높이는 2m, 넓이는 2.3m, 길이는 6m에 달한다.


하지만 군데군데 자동차의 요소도 보인다. 4개의 바퀴와 2개의 전조등을 갖췄다. 사이드미러와 번호판도 있고, 제조사 엠블럼이 있는 위치도 자동차와 비슷하다. 심지어 조종석에도 핸들이 달려 있다. 주요 인터페이스는 터치스크린 방식이며, 땅 위에서 주행할 때는 후륜구동 방식을 사용한다.

테라푸기어는 지난 3월 23일(북미 시각) 트랜지션의 첫번째 테스트 비행을 실시했는데, 당시 1,400피트(약 420m) 상공을 약 8분간 성공적으로 비행했다고 전했다. 최고 속도는 185km/h이고, 최대 201kg의 짐을 적재할 수 있다. 이륙시 필요한 활주로 길이는 여타 비행기의 3분의 1도 채 안되는 1,700피트(약 520m)에 불과하다.

테라푸기어는 2012년 말까지 테스트를 실시한 후 2013년부터 트랜지션의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예약판매에 돌입했는데, 1만 달러의 예치금을 지불한 사람이 벌써 1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리미어 에디션’을 예약한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았다.

비행자동차? 자동차비행기?


그동안 말만 많았던 트랜지션의 실체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시대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 나도 한 대 사볼까?”라며 제조사 홈페이지를 기웃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랜지션은 상상만큼 환상적인 탈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트랜지션을 ‘하늘을 나는 자동차(flying car)’라고 표기하고 있다. ‘땅 위를 달리는 비행기’보다 더 화제를 몰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말하면 트랜지션은 자동차가 아니라 비행기다. 실제로 미국 제품 등록과정에서 트랜지션은 경량 스포츠 항공기(LSA)로 분류됐다.

따라서 트랜지션을 조종하려면 LSA 면허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이 LSA 면허는 20시간의 비행훈련만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는 간단한 면허지만, 그렇다고 LSA가 자동차만큼 쉽게 조종할 수 있는 탈 것은 아니다. 100여 명의 예약자 중 약 95퍼센트가 경비행기 조종사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트랜지션을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땅 위를 달리는 경비행기로 인식하는 게 올바를 것이다.

면허는 그렇다 치고, 성능이 또 문제다. 트랜지션의 속도는 분명 일반 자동차보다는 빠르긴 하지만, 평균 220km/h에 달하는 다른 LSA보다는 턱없이 느리다. 또한 LSA 특성상 장거리 비행의 가능 여부도 불확실하다. 테라푸기어 관계자는 “장거리 운전과 단거리 비행을 번갈아 해야 하는 사용자에게 어울릴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 말은 곧 “장거리 비행을 원하면 더 좋은 경비행기를 구입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결국 트랜지션은 영화 속에 나오는 비행자동차와는 상당히 다른 탈것인 셈이다. 비행기 면허가 있어야 하며, 단거리 비행만 가능한데 그 속도도 생각만큼 빠르지는 않다. 게다가 이륙하려면 최소 520m에 달하는 ‘뻥 뚫린’ 도로가 필요하다. 꽉 막힌 도로 가운데서 헬리콥터처럼 이륙할 수 있는 자동차가 아닌 이상, 한국에서 비행자동차를 운전할 일은 아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령 이착륙이 자유로운 진짜 비행자동차가 등장해서 현재 자동차처럼 대중화된다고 해도, 생각만큼 편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머리 위에 수십 대의 자동차가 100km/h로 지나다닌다니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하다. 공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는 절대로 뒷목을 잡고 인상을 쓰는 수준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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