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암 사각지대 중년 남성]<2회>조용한 살인자 폐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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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환자 발견때 이미 전이… 수술에 약물치료 병행해야
금연은 폐 건강에 필수…안좋으면 가슴 X선 촬영을

《암 질환 중 폐암은 발병률은 4위지만 사망률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위암, 간암의 사망률은 내려가고 있는 반면, 폐암 사망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폐암 사망률이 올라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이런 이유로 폐암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린다. 남성 폐암 환자 중 99%가 40세 이상의 연령대다. 이 때문에 폐암은 중년 남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적이다.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상위 교수의 도움말로 폐암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신약 등장으로 치료 기대치 높아져

폐암을 발견했을 때 환자 네 명 중 세 명은 이미 암세포 전이가 진행돼 수술이 어렵다.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치료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표적항암제 등 신약이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준다.

종전의 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없앴기 때문에 구토 탈모 설사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의 특정 경로만을 차단하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또 진단 후 1년을 넘기기 힘들었던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도 1년 이상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얼로티닙, 게피티닙, 크리조티닙 같은 폐암 치료제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 항암제로 폐암에 관여하는 암 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 항암제다. 먹는 약이기 때문에 투약도 훨씬 편해졌다. 또 다른 폐암치료제인 신생혈관 억제제 계열의 베바시주맙은 암의 성장과 전이를 돕는 새 혈관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억제한다. 이런 신약들을 종전 항암제와 같이 사용하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생존율을 올릴 수 있다.

○환자 본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한 ‘치료법’

폐암의 90%는 흡연 또는 간접흡연으로 발병한다는 보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금연, 둘째도 금연이라 할 만큼 담배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자의 대부분은 금연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의 대답은 언제나 ‘아니오’다.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을 했던 사람들은 폐암 고위험군이다. 평소 지나친 흡연으로 폐 건강이 의심된다면 바로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폐암 진단을 받았을 경우 ‘폐암=죽음’이라는 절망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의 마음가짐이다. 이제는 ‘암 환자=시한부 인생’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시대가 아니다. 획기적인 치료제의 개발과 의료수준의 발달로 폐암은 극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변하고 있다.

폐암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는 가슴 부위 X선 촬영을 한다. 그런 다음 조영제를 사용한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더욱 정밀한 평가를 얻는다. CT만으로도 폐는 물론 간, 부신, 림프절 등 폐암이 흔히 전이되는 부위의 단면 영상을 볼 수 있다.

조직 검사는 치료 방식을 결정할 때 시행된다. X선 촬영이나 CT를 보며 피부를 통해 가느다란 침을 찔러 넣어 암세포가 있는 조직을 채취하는 ‘경피적 미세침 흡인 검사’를 하거나 기관지 내시경이 이용된다. 가래를 뱉어 시행하는 세포진 검사로 암세포가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암세포가 전이됐을 경우 림프절이나 흉수(폐를 싸고 있는 늑막과 갈비뼈 안 쪽 공간에 물이 찬 것)를 뽑아 암세포를 채취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

폐암 치료는 병기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 치료제,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된다.

폐암 초기 단계에는 수술로 암세포를 모두 절제해 낸다. 암을 완전히 절제해 냈을 경우 5년 생존율이 60∼80%에 달한다. 하지만 심각한 심장 질환, 폐 질환이 있는 환자들처럼 수술을 견디지 못할 상태라면 방사선 치료를 한다.

폐암 3기 판정을 받으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을 조합해 치료한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환자의 전신 상태가 수술을 받을 정도로 양호하다면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한다. 항암 화학요법은 증상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항암 화학요법으로 암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 확률은 20∼30%다. 암세포가 뇌나 부신 등 신체의 한 곳에만 전이됐을 경우 해당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도 병행한다.

최근 표적치료제와 같은 신약은 특정한 환자에게만 쓰일 수 있다.

베바시주맙은 항암 화학요법과 병행하여 사용하는 약품으로, 항암 화학요법에 반응하는 비율을 높여주고 생존기간을 늘려준다. 하지만 이 약은 암세포가 뇌에 전이됐거나 객혈과 출혈 경향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최근 새로 폐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표적 치료제들은 가격도 비싸다. 따라서 효능이 좋다고 무조건 쓸 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게 옳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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