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수술때 체내 흡수되는 ‘스텐트’ 개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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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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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30%, 심장 ‘스텐트 혈전증’ 어떻게…” 유럽심장학회 집중 논의

《심장혈관이 막혔을 때 뚫는 시술인 스텐트. 동맥을 타고 시술하는 것으로 흉터가 남지 않고 시간도 짧아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혈관이 다시 막히거나 스텐트 주위로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8월 28일∼9월 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는 스텐트에 생기는 혈전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8월 28일부터 5일 동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의료전문가들이 스텐트에 생기는 혈전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8월 28일부터 5일 동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의료전문가들이 스텐트에 생기는 혈전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대표적 질환은 심장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과 심장동맥이 좁아지는 협심증이다. 유럽에서는 매년 남자 6명 중 1명(16%), 여성 7명 중 1명(15%)이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선 2009년 13만 명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이 발생해 1만여 명이 사망했다. 심근경색을 앓았던 환자의 10%에서 재발한다. 삶의 질이 악화되는 건 물론이고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

정남식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은 인구의 노령화로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을 포함한 심혈관계 질환은 암, 뇌중풍(뇌졸중)에 이어 국내 사망률 3위를 기록할 만큼 무서운 질환”이라고 말했다.

○ 관상동맥증후군 치료, 약물 스텐트

관상동맥증후군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술법이 관상동맥중재술. 이는 다리에 있는 동맥 속으로 유도관을 심장동맥 입구까지 삽입해 금속 철망 모양의 스텐트나 풍선 등으로 막힌 부위의 심장혈관을 뚫는 시술이다.

1980년엔 풍선을 이용해 심장혈관의 좁아진 부분을 넓혔다. 그러나 시술 뒤 6개월 이내에 다시 혈관이 좁아지는 재협착률이 30∼50%로 높다.

1990년대 후반엔 재협착을 방지하기 위해 가는 금속 철망 모양의 스텐트를 개발해 재협착률이 20%로 감소했다. 2000년대 초반엔 금속 스텐트에 약물을 코팅해 재협착률을 5% 내외로 줄였다. 국내에서도 연간 4만5000건의 관상동맥중재시술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재협착을 줄인 약물코팅 스텐트가 최근엔 기존 일반 금속 스텐트에 비해 혈전을 증가시켜 혈관을 막는 ‘스텐트 혈전증’이 나타난다는 것.

지크문트 실버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스텐트 혈전증은 스텐트 이식 뒤 특정 부위에 혈소판이 모이면서 생긴다”면서 “발병률이 1, 2% 정도로 낮지만 발병 후 사망률이 최대 30%에 이른다”고 말했다.

동양인 부작용 없는 새 항혈전제 개발 발표,수술 90일 후 코팅물질 사라지는 스텐트도

○ 스텐트 혈전증의 부작용을 줄여라


스텐트 혈전증의 예방을 위해선 항혈전제를 복용한다. 지금까지는 클로피도그렐(플라빅스)을 주로 썼다.

그러나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한 동양인 환자의 30∼50%는 유전적인 특성 때문에 내성이 생겨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 당뇨병 합병증이 있거나 여러 개의 스텐트를 이식받은 환자들은 고용량으로 복용하거나 추가로 다른 약물을 복용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학회에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다국적 제약사인 릴리&다이이찌산쿄의 항혈전제 프라수그렐(상품명 에피언트)의 효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프라수그렐은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관계없이 높은 항혈전 효과를 보였다. 30개국 1만3000여 명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중풍을 클로피도그렐 대비 19%나 감소시킨 것.

로젤리오 브라세라스 다이이찌산쿄의 책임연구원은 “프라수그렐은 약물방출 스텐트를 이식한 환자군의 스텐트 혈전증도 클로피도그렐 대비 60% 이상 감소시켰다”면서 “프라수그렐은 △일과성 허혈성 발작이나 뇌중풍 병력이 없고 △75세 미만 △체중 60kg 이상의 성인인 경우엔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적었다”고 말했다.

프라수그렐은 2011년에 한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프라수그렐과 비슷한 약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티카그렐러(상품명 브릴린타)도 미국에서 9월 중 임상 승인을 앞두고 있다.

○ 혈전을 줄이는 스텐트도 나온다

혈전을 적게 일으키는 스텐트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존슨앤드존슨사는 이식 뒤 초기에만 약물을 방출하고 코팅 물질이 체내 대사 과정을 통해 90일 이후 사라지는 새로운 개념의 스텐트(니보)를 개발했다. 국내 출시는 내년 하반기.

또 애보트사는 약물뿐만 아니라 스텐트 자체가 약물 방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체내에서 대사돼 완전히 사라지는 생체흡수스텐트(BVS·Bioresorbable vascular scaffold)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마크 클레이즈 벨기에 앤트워프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급성관상동맥 증후군과 같은 심혈관 질환은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고혈압, 흡연, 열량 섭취의 과다, 비만율의 증가, 제2형 당뇨병 때문에 생긴다”며 “당뇨가 있는 환자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톡홀름=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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