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파스’는 갔지만… 가을태풍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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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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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가까운 곳에서 생겨 강력 8년전 ‘루사’ 재연땐 큰 피해

7호 태풍 ‘곤파스’가 짧고 강하게 한반도를 통과했다. 많은 비를 뿌리지는 않았지만 초속 52.4m의 최대풍속으로 시설물에 큰 피해를 냈다. 다행히 곤파스는 한반도에 오래 머물지 않고 동해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기상청 국가태풍센터는 다음에 찾아올 태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 태풍은 2003년 ‘매미’나 2002년 ‘루사’보다 더 크고 강한 ‘슈퍼 태풍’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태풍은 27도가 넘는 고수온 해역을 지나며 세력이 커진다. 바닷물이 증발한 수증기는 태풍의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물방울로 변하는데 이때 열에너지(잠열)를 방출한다. 태풍은 이 열에너지를 계속 축적하며 점점 강해진다. 하지만 곤파스는 기존 태풍보다 북쪽에서 만들어져 고수온 해역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서해의 수온도 27도 이하로 낮아 세력은 더 약해졌다.

문제는 다음 태풍이다. 김태룡 국가태풍센터장은 “라니냐가 일어난 올해에는 가을 태풍의 위력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을이 되면 태평양의 수온이 전반적으로 내려가며 태풍이 만들어지는 해역도 남하한다. 곤파스가 북위 20도에서 만들어졌다면 다음 태풍은 북위 10∼15도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태풍이 남쪽에서 만들어질수록 바다 위를 지나는 기간은 늘어난다.

만약 2002년 한반도에 246명의 사망자와 5조1479억 원의 재산피해를 일으킨 태풍 ‘루사’와 비슷한 경로를 따라온다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루사는 서태평양 괌에서 동북쪽으로 1800km 떨어진 해상에서 생성돼 일주일 동안 서쪽으로 이동한 뒤 일본 가고시마 남쪽에서 북상해 전남 고흥에 상륙했다. 애초 태풍보다 약한 열대성 폭풍으로 시작해 태풍의 세기를 나타내는 중심기압도 곤파스보다 낮았지만 오랜 기간 바다에서 축적한 수증기를 비로 뿌려 일일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 치우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서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은 올해 가을, 적도 가까운 해역에서 태풍이 만들어진다면 한반도에 도달할 때쯤 ‘슈퍼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태풍이 발생하는 즉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경로를 예측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동영상=태풍 ‘곤파스’에 의해 심하게 파손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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