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엄마! 내 머리는 왜 납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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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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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두상 만들어주는 베개용 반헬멧형 두형교정기 ‘예쁜머리헬멧’ 개발…
안면비대칭, 영아돌연사증후군, 납작머리증후군 예방효과

“뒤통수가 납작한 게 콤플렉스에요. 아기 때 머리모양을 잘 만들어 주지 않은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어요.”

여대생 김미연 씨(21)의 별명은 ‘납작이’다. 뒤통수가 납작하고 평평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김 씨는 납작한 뒤통수 때문에 늘 뒷머리를 봉긋하게 올려주는 파마머리를 유지한다. 단발머리나 긴 생머리는 꿈도 꾸지 못한다. 김 씨는 “뒤통수는 물론 이마까지 납작해 옆모습 사진을 찍는 게 가장 싫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납작한 이마나 뒤통수 탓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입체적인 얼굴과 뚜렷한 이목구비가 미의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납작 머리’는 아기를 바로 뉘어 재우는 습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영아돌연사증후군(SIDS·1세 이하 아기가 원인 없이 갑자기 사망하는 증상)을 막기 위해 아기를 엎드려 재우지 않고 똑바로 뉘어 재우는 캠페인이 일었는데, 이후 이른바 ‘납작머리증후군’이 생겨나기도 했다.

의학계에선 ‘사두증(斜頭症)’이라 불리는 납작머리증후군은 머리 모양이 좌우비대칭으로 자라는 것을 말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엔 머리 기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최근 개발된 가칭 ‘예쁜머리헬멧’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기를 위한 두형교정 모자인 예쁜머리헬맷은 베개 대용으로 쓸 수 있다. 이 헬멧은 안면윤곽전문 프로필성형외과 정재호 원장이 발명해 2000년 특허 출원했고, 유명 헬멧제조업체인 ㈜홍진HJC와 의료지원 서비스 전문업체 ㈜에임메드가 공동으로 연구·개발해 올 12월 시제품이 나왔다.

○ 아기 두상 예쁘게 하는 헬멧

정 원장이 예쁜머리헬멧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낸 건 1997년이었다. 그는 아주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품 연구·개발을 위한 여러 실험을 했고, 아주대 의대 신경외과 윤수한 교수와 공동으로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두개골 모양을 바꾸는 연구도 진행했다.

이 공동연구에선 뇌에 영향을 주지 않고 머리 모양을 새롭게 만드는 동물실험이 진행됐다. 개의 머리에 헬멧을 씌워 7주간 관찰한 결과 머리 모양이 헬멧 형태로 점차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를 담은 논문은 2006년 5월 미국 신경외과학회지의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 후천적인 머리모양 변형 이젠 걱정 끝!

정상이었던 두개골 모양이 변형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선천적인 요인. 질병으로 뇌압이 상승하면 뇌 모양이 변형돼 두개골 모양이 변할 수 있다. 이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후천적인 요인. 대부분 생활습관이나 잠을 잘 때 누워있는 자세 때문에 변형이 생긴다.

예쁜머리헬멧의 주된 효용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변형된 두개골의 모양을 교정해 주는 것. 아기가 자거나 누워있을 때 편안한 베개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상적인 아기 머리의 모양을 본뜬 반구(半球) 형태의 외피 위에 내피를 덧대 만들었다. 또 땀을 많이 흘리는 아기들의 특성을 고려해 헬멧의 앞부분은 통풍이 잘 되도록 틔어 놓았다. 반구 형태라 헬멧이 코를 덮어 생길 수 있는 호흡혼란 같은 안전사고 위험이 덜하다는 것이 정 원장의 설명이다.

○ 2∼3개월에 1회씩 헬멧 교체

뇌는 출생 직후 약 1년 동안 당초 크기의 3배 이상 성장한다. 이땐 두개골도 말랑말랑해 이상적인 두상 만들기에 가장 효과적인 시기다. 이 때문에 예쁜머리헬멧은 생후 3개월부터 15개월 사이에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사용 중에는 아기의 성장에 따라 2∼3개월에 한 번씩 제품을 교체해 주는 게 좋다.

이상적인 형태로 만들어진 머리 모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 3∼5세까지는 아기의 머리 크기와 연령에 따라 머리 모양 유지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제품 크기는 연령별로 10단계로 나뉘어져 있으므로 아기의 머리 모양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한다.

이 헬멧은 본래 유아용품이지만 정확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선 의사의 지도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정 원장은 “아기의 뇌와 두개골 성장에 맞춰 헬멧을 꾸준히 교체해야하므로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병원이나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으면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얼굴형·치아교합·콧대까지 영향 미쳐

정 원장은 “예쁜머리헬멧을 착용하면 자세나 습관 등으로 아기 머리 모양이 한쪽으로 찌그러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아기가 똑바로 누워 자는 습관을 들이게 돼 영아돌연사증후군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납작머리증후군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 엄마들은 아기가 잘 때 머리 위치를 수시로 바꿔주는 수고도 덜어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어렸을 때 두개골 모양을 바로 잡아주면 성장기에 발생할 수 있는 ‘안면비대칭’을 완화해주는 한편 위 아래 치아가 정상적으로 교합하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난다. 콧대의 높이도 달라진다. 안면윤곽을 비롯해 얼굴을 구성하는 모든 뼈 모양이 두개골을 바탕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대개 두상의 앞뒤가 납작하면 코가 낮고 눈 사이가 멀어진다. 앞뒤가 볼록하면 코도 높고 입체적인 얼굴형이 만들어진다.

정 원장은 “유전적인 원인에 의한 변수가 존재하긴 하지만 의학적으로 두개골 모양과 안면윤곽의 형태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제품 상태인 이 헬멧은 최종 모니터링 단계에 있다. 판매 시점은 미정. 시제품 모니터링에 관한 문의는 프로필성형외과(www.profile-clinic.kr).

※본 기사는 의료전문 신헌준 변호사에게 감수를 받았습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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