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마취과 전문의가 말하는 ‘마취의 세계’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서울대 교수 출신 마취과 전문의가 말하는 ‘마취의 세계’

환자가 모르는 마취의 A to Z… 수술 전 환자상태 체크부터 수술 후 통증관리까지

성형외과에서 일어나는 의료사고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마취사고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성형수술 시 성형외과 의사가 직접 국소마취를 하거나 프리랜서 마취과 전문의가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담하는 마취과 의사가 없거나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은 마취와 관련된 의료사고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마취 자체가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마취는 통증 없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자의 특성과 수술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마취 기법이 있고 또 사용되는 약물도 다르므로 마취 전문가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환자의 병력과 건강상태에 대한 확인 및 검사도 마취 전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했을 때 사고발생의 위험은 높아진다.

안면윤곽전문 프로필 성형외과 오용석 원장(마취 전담)은 “마취는 양날의 검과 같다”면서 “잘하면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수술을 안전하게 하도록 도와주지만, 사소한 실수로도 환자의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4년 동안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로 재직한 오 원장은 1990년대 초 환자 스스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자가통증 치료법’을 도입했다.

○ 마취를 정의하는 4대 요소

마취란 뭘까? 마취를 정의하는 4대 요소가 있다. 첫째 의식을 없애는 것, 둘째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 셋째 통증을 없애는 것, 넷째 반사기능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런 작용을 하는 약제들을 사용해 환자가 수술에 필요한 최적의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마취다.

마취의 종류로는 전신마취와 국소마취, 부위마취 등이 있다.

전신마취는 몸속에 투여된 약제가 흡수돼 뇌에서 일정 농도에 도달하면 의식을 잃게 되는 것을 말한다. 전신마취 시에는 환자 스스로 호흡할 수 없기 때문에 기도 내에 튜브를 삽입해 호흡을 조절한다.

성형외과 수술 가운데 안면윤곽수술이나 유방성형 수술 시에는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또 복부 지방흡입과 같이 넓은 부위를 수술할 때도 전신마취가 안전하다.

부위마취는 척수에서 나오는 신경을 차단해 그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를 마취하는 것을 말한다. 척추마취와 경막외마취 등 두 종류가 있다. 부위마취는 통증이 없고 반사 기능이 상실되지만 환자의 의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부위마취에선 약간의 수면제를 투여해 수면을 유도하기 때문에 수면마취라고도 불린다.

국소마취는 약제를 피부 밑에 주사해 그 부위의 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다. 오 원장은 “성형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젊고 건강한데다 뇌질환, 폐질환, 심장질환 등 신체기능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 성형외과 수술 시 마취의 기본원칙만 지키면 전신마취라 해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마취과 의사도 수술 의사와 같은 책임감 느껴

성형외과 수술 시 실시되는 마취는 상대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편이지만, 마취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수술 시 마취과 의사의 역할도 다른 외과수술에서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많은 환자들이 마취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수술 중 마취가 깨진 않을까, 마취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마취과 의사의 역할은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수술 전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진찰하는 것도 마취과 의사의 몫이다.

마취과 의사는 성형외과 의사의 수술법이나 특성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수술 의사, 마취과 의사, 수술 보조자가 한 팀으로 잘 협력해야만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 마취과 의사가 일반 성형외과 수술에 초빙되는 식으로 수술에 참여한 경우엔 이런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마취과 의사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환자가 마취약의 투여로 눈을 감는 순간부터 마취에서 깨어나고 마취제가 환자의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마취과 의사는 관리·감독해야 한다. 수술 후 통증치료도 마취과 의사의 역할에 포함된다.

특히 마취과 의사는 환자의 마취 진료 기록에 충실해야 한다. 수술 전 환자와의 면담 내용, 수술 전 검사결과 확인, 마취 중 각종 마취 관련 데이터 등은 필수적으로 환자의 차트에 기록해야 한다. 이는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수술 후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오 원장은 “환자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마취과 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면서 “안전하고 만족스런 성형수술을 원한다면 수술하려는 병원이 전속 마취과 전문의를 두고 있는지, 상주하는 마취과 전문의가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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