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꽃, 번식 늘리려 꿀에 ‘쓴맛’ 섞는다

  • 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담배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는 벌. 꽃이 향기와 꿀맛을 조절해 더 많은 곤충이 다녀가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담배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는 벌. 꽃이 향기와 꿀맛을 조절해 더 많은 곤충이 다녀가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향기로 곤충 유혹한 후 니코틴 성분 섞어 쫓아내

꿀 양 한정… “최소한의 꿀만 줘 많은 곤충과 접촉”

식물이 자손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꿀에 ‘쓴맛’을 섞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이안 볼드윈 박사팀은 “식물이 향기 나는 물질과 쓴맛이 나는 물질을 필요에 따라 만들어내 생식능력을 최대화한다”고 지난달 29일자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벌과 같은 곤충은 꽃에서 꿀을 빨 때 묻은 꽃가루를 다른 꽃에 옮기는 방식으로 식물의 수정을 돕는다.

볼드윈 박사팀은 담배(Nicotiana attenuata)의 꽃이 처음 곤충을 유혹할 때 벤질아세톤(BA)이라는 향기 물질을 낸다는 시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곤충이 꿀을 빨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꿀에서 쓴맛을 내는 니코틴이 섞여 나왔다.

연구팀은 담배의 유전자를 조작해 각각 BA 또는 니코틴만 내는 담배 꽃을 만들었다.

그 결과 BA만 내는 꽃은 찾아오는 곤충의 수가 늘었지만 꽃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 다른 꽃보다 곤충에게 더 많은 꿀을 빼앗겼다. 니코틴만 내는 꽃에는 곤충이 찾아와도 금방 날아갔다.

식물은 곤충에게 최소한의 꿀만 줘서 보내야 한다. 한정된 양의 꿀로 더 많은 곤충을 ‘유혹’해야 하기 때문이다.

볼드윈 박사는 “식물은 곤충을 유혹하거나 쫓아내기 위해 곤충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화학물질을 필요할 때 정확한 양을 생산할 수 있다”며 “화학물질로 향기와 맛을 조절해 더 많은 곤충이 다녀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곤충이 많이 다녀갈수록 꽃가루가 여러 장소에 퍼져 자손이 많이 생긴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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