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때문에…” 악수가 두려운 사람들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 여름철 불청객 ‘다한증’

영업사원 정기철(38·서울 송파구 풍납동) 씨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쭈뼛거린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기 때문이다. 악수를 하기 전에 슬쩍 바지 뒤춤에 손바닥을 닦는 버릇까지 생겼다.

초등학교 2학년 지훈이(8)는 1시간만 공부를 해도 공책이 눅눅해진다.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땀 때문이다.

여름철에 손바닥에 과도하게 땀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면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 불쾌감을 주고 물체를 제대로 쥐거나 잡기도 힘들다.

○ 다한증, 손에 가장 많다

다한증(多汗症)은 보통 이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증세다.

김원옥 세브란스병원 다한증클리닉 교수가 10∼40대 다한증 환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91명이 땀 때문에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절반인 50명은 땀이 많이 나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을 꺼리며 버스나 지하철, 엘리베이터의 이용마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3%는 이성교제에서 땀이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응답자의 60%가 부모 중 한 명이 다한증이 있다고 답해 유전적 영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23∼53%의 환자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한증의 발병 부위를 조사한 결과 손이 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발 19%, 겨드랑이 18%, 머리 16% 순이었다.

손의 다한증은 한국 일본 등 동양인과 유대인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의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손의 다한증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시작된다. 대인관계는 물론 운동, 학습활동 등에도 곤란을 겪는다.

○ 주머니 속에 손 넣는 습관 좋지 않아

손바닥에 과도하게 땀이 나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른 신체부위에 나타나는 다한증과 마찬가지로 교감신경계가 지나치게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손바닥 혈관이 수축해서 땀이 유독 많이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성인의 경우 갑상샘 기능항진증, 폐경기로 인한 호르몬 분비 변화 등으로 갑자기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경우도 있다.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는 것은 피부의 맨 바깥에 있는 수십 겹의 각질층이 미처 피부를 벗어나지 못한 수분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다른 신체 부위의 경우 각종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땀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냄새를 만들어 낸다. 특히 땀샘이 많이 분포된 겨드랑이가 심하다. 발가락에는 무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손바닥은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에 세균과 박테리아의 활동이 덜한 편이다. 따라서 냄새의 걱정은 거의 없는 편이다. 다만 손바닥도 자주 씻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활동할 수 있다. 자주 손을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을 씻은 후에는 반드시 말려줘야 한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거나 물체를 오래 쥐고 있는 것도 좋지 않다.

○ 최근 보톡스 주사요법 많이 활용

손을 자주 씻는데도 땀이 많이 난다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우선 육안으로 진단한다. 손을 깨끗이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은 후에 주먹을 쥐고, 몇 분 내에 땀이 주먹에서 떨어지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이 기본이다.

또 특수검사지를 손바닥에 붙여 땀의 정도를 검사하거나 다른 부위에도 땀이 있을 경우에는 적외선 촬영을 통해 온몸의 체온 분포를 관찰하기도 한다.

수술을 하지 않고 진정제를 투여하거나 땀이 나는 부위에 약을 바르는 치료법도 있다. 최근에는 보톡스 주사를 쓰기도 한다. 주사요법은 아직까지 주로 겨드랑이 다한증에 많이 쓰이지만 점차 손바닥 땀을 억제하는 데도 활용하는 추세다. 다만 효과가 6개월 정도에 그쳐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으면 손바닥으로 가는 교감신경의 일부를 차단해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는 것을 막는 수술을 한다. 이 수술의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도움말=김원옥 세브란스병원 다한증클리닉 교수,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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