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정국 ‘포털 전쟁’으로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1분


‘촛불의 불똥’이 포털 업계 1, 2위인 네이버와 다음으로도 번지고 있다.

촛불시위와 관련해 다음은 여론 광장 ‘아고라’가 반(反)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장(場)의 역할을 하고 있고, 정치적 중립을 표방한 네이버는 일부 누리꾼에게서 ‘친(親)정부 보수 세력’으로 공격받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지나치게 과격하고 불법적 내용까지 여과 없이 아고라에 실어 감정적 대응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지만 최근 상황을 ‘1위 네이버 따라잡기’에 적극 활용하는 듯한 모습이다.

반면 네이버는 12일 공식 발표를 통해 “정치적 편향을 경계하다 보니 요즘처럼 한목소리가 큰 힘을 얻을 때 반대 목소리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밝혀 다음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본보 13일자 A10면 참조

▶ 인터넷 집단지성? 익명의 집단극성!

인터넷 업계에서는 “촛불시위가 그동안 비슷한 듯 보이던 두 포털의 사업적 특징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설립자인 이해진 전 NHN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를 ‘신문 방송 같은 오프라인 미디어를 위협하는 뉴미디어의 대표’라고 표현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창업 때부터 ‘최고 검색 기업’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지식 검색 서비스인 ‘지식인(iN)’은 2004년 네이버를 포털 업계 1위로 올려놓은 1등 공신이다.

이에 비해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라이코스 대표이사는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에 따라 ‘미디어다음’을 주력 사업으로 키웠고 손수제작물(UCC), 블로거 뉴스 등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다음의 고위 관계자는 한때 “앞으로 다음이 기존 주요 언론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다음의 전략이 최근 촛불시위 정국에서 아고라를 통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다음이 1위 네이버를 따라잡기 위해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아고라 운영 방식을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검증 안 된 개인 블로거의 글이 비중 있게 배치되는 등 포털이 ‘균형 있는 중계자’가 아니라 ‘직접적인 여론 형성자’로 나서려는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넷 전문가는 “노무현 정부 당시 네이버는 다음 못지않게 ‘친노(親盧) 좌파 포털’이란 비판을 받곤 했다”며 “그런 네이버가 요즘 일부 누리꾼에게서 ‘보수 세력’으로 공격당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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