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30분 수술로 고민 해결…당당한 男性 찾는다

  • 입력 2008년 5월 7일 02시 54분


영동세브란스병원 ‘VIIP 클리닉’

《중년 이후로 접어들면서 적잖은 남성들이 고민하는 병이 있다.

그러나 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낸다. 바로 발기부전이다.

비뇨기과의 문턱은 높게만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자꾸 뺨에 느껴진다.

이 때문에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해 은밀하게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많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과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다른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발기부전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런 약이 듣지 않으면 대부분 환자들은 ‘비방(秘方)’을 찾아 헤맨다. 그 결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동세브란스병원은 이런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VIIP 클리닉’을 만들었다. VIIP라는 단어는 클리닉을 담당하는 최형기 비뇨기과 교수가 만들었다. ‘발기부전의 남성도 매우 중요하다(Very Important Impotent Person)’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클리닉은 대학병원의 엄숙함을 깬 것으로 유명하다. 의사가 환자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 환자가 원하면 의사가 달려간다

50대 후반의 중견기업체 사장 A 씨는 5년 전 발기부전 진단을 받았다. 그는 발기부전 치료제며 한방 치료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 심지어 검증이 안 된 중국산 약까지 써 봤다. 그러나 아무 효과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VIIP 클리닉의 소문을 들었다. 클리닉에 전화를 건 A 씨는 최 교수와 통화를 하게 됐다. 최 교수는 A 씨가 가장 마음이 편한 장소를 선택하도록 했다. 환자와 의사는 한적한 골프장에서 만났다. A 씨는 골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놨다. 최 교수의 설득으로 진료실로 향한 A 씨는 이후 수술을 통해 ‘남성’을 되찾았다.

B 씨는 정치인이다. 발기부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얼굴이 알려진 탓에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B 씨는 3, 4년 전부터 부부생활을 포기할 정도였다. B 씨는 아는 사람을 통해 최 교수와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선뜻 치료 결심을 하지 못했다. 최 교수는 B 씨가 바둑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먼저 “바둑 한 판 두자”고 제의했다. 바둑을 두면서 최 교수는 B 씨의 증상을 듣고 수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제야 B씨는 수술을 결심했고, 현재는 발기부전이 거의 치료된 상태다.

40대의 C 씨는 부부생활 중 더 강한 자극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체위를 변동하다가 골절상을 입었다. C 씨는 창피한 생각에 병원치료를 받지 않고 버티다가 클리닉에 e메일을 보냈다.

의사는 C 씨에게 즉각 병원에 오라는 답신을 보냈고, 그가 편안하게 클리닉을 찾을 수 있도록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오후 늦게까지 기다렸다가 C 씨를 맞았다.

○ 수술로 발기부전 치료

발기부전은 비아그라를 비롯해 여러 발기부전 치료제가 나오면서 종전보다 치료율이 훨씬 높아졌다. 전체 발기부전 환자의 70∼80%는 이런 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당뇨합병증, 뇌중풍, 신경계 손상, 요도손상 등의 질환이 있거나 발기부전 약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약으로는 치료가 힘들다. 이 때문에 이 클리닉에서는 보형물을 집어넣는 수술을 한다. 클리닉을 찾은 10명 중 2명 정도가 이 수술을 받는다.

이 수술은 30분 정도면 끝난다. 수술 후 2일 정도 입원하며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다. 대체로 수술 후 한 달이 지나면 발기 기능이 살아나고, 그로부터 2주 정도가 더 지나면 정상적인 성관계가 가능해진다.

보형 기구가 몸속에 삽입되기 때문에 공중목욕탕에 가더라도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 성관계 시 본인이 느끼는 쾌감과 사정감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 수술비용은 비싼 편

현재 이 클리닉은 최 교수를 포함해 5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환자가 개인적인 공간에서 면담을 원할 경우 의사가 곧바로 달려가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수술비용이 1600만∼1800만 원으로 매우 비싼 것도 흠이다. 입원비, 각종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2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VIIP’ 클리닉이 아니라 ‘VIP’ 클리닉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최 교수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건설현장 인부였던 D 씨의 경우 최 교수가 커피숍에서 직접 만나 설득해 진료를 받게 했다는 것. 또 시간이 되는 대로 매달 5회 이상 환자를 찾아가고 있으며 환자를 찾아갈 때 소득이 기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저가 보형물을 쓰면 수술비용을 1000만 원 이하로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부자를 위한 클리닉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중산층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02-2019-2590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