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떠야 게임도 뜬다

  • 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6분


《‘원더걸스, 이수(엠씨 더 맥스), 최진이(럼블피쉬), 장나라, 임정희, 손담비….’ 유명 가요 프로그램의 출연진 목록에서나 볼 수 있는 이 가수들의 공통점은? 이 모두가 최근 국내에서 선보인 게임들의 테마곡 제작에 참여한 가수란 점이다. 국내 ‘게임 음악’이 화려하게 진화하고 있다. 게임의 차별화와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음악이 급부상하면서, 게임을 위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과 뮤직비디오 제작이 게임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 유명가수 참여 OST-뮤직비디오 제작 확산

올해 초 디지털 음원 업계에서는 일반 가요를 제치고 게임 주제곡이 온라인 차트 1위에 오르는 ‘이변’이 있었다.

게임업체 ‘그라비티’가 가수 이수와 최진이를 기용해 만든 게임 ‘레퀴엠 온라인’의 타이틀곡 ‘레퀴엠’이 그 주인공.

당시 그라비티는 게임 출시 한 달 전에 이 곡의 디지털 싱글 앨범을 선(先)공개하고, 두 가수가 출연한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하는 등 게임 음악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다.

이 곡은 게이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큰 호응을 얻으면서 게임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예당온라인은 100억 원을 투자해 4년간 개발한 온라인 게임 대작 ‘프리스톤테일2’에 손담비 등 신인 가수들을 대거 기용하고 정식 디지털 싱글 OST를 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문 뮤지션들이 참여한 앨범이 큰 인기를 끌면서 게임뿐 아니라 신인가수의 인기도 높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며 “게임 OST가 벨소리, 컬러링 등으로도 인기를 끌어 음원 사업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도 음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는 자사(自社)의 인기 모바일 게임 ‘미니게임천국3’의 음악 제작을 프로듀서 박진영에게 맡겼다.

인기 그룹 원더걸스가 주제곡을 부른 이 게임은 출시 20일 만에 다운로드 50만 회를 돌파했다.

○ 음악감독 참여로 고급화… 게이머 ‘귀’ 공략

게임 음악의 고급화 경향은 음악 전문 감독의 기용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엔씨소프트의 최신 온라인 게임 ‘드래고니카’에는 ‘괴물’, ‘왕의 남자’의 영화 음악을 만든 이병우 음악감독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앞서 이 회사는 게임 ‘아이온’에서도 유명 뉴에이지 뮤지션인 양방언 씨를 영입해 배경음악(BGM) 작업을 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은 같은 장면이라도 배경 음악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음악을 덧입히는 작업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대형 게임 제작사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음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게임에 음악을 접목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퀸, 롤링스톤스, 메탈리카 등 전설적 뮤지션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타 연주 게임 ‘기타 히어로’는 록 그룹 ‘건스 앤드 로지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전(前) 멤버들이 직접 배경 음악 작업을 맡았다.

미국 게임회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레이싱 게임 ‘번아웃 파라다이스’의 OST에도 ‘N.E.R.D’ 등 현지 정상급 뮤지션들의 음악이 사용됐다.

예당온라인 관계자는 “과거 국내 게임 음악은 구색을 맞추는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연간 9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게이머들의 ‘귀’를 공략할 고급 음악을 만드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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