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진원장의 성형에세이④]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

  • 입력 2008년 2월 20일 11시 04분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은 여자라는 의식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다.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과거 미용실이 남자가 가기에는 쑥스러운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성형외과 역시 더 이상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형외과에 상담을 하러오는 남자 환자들의 사연은 여자 환자들과는 또 다른 독특한 면이 있다.

군대 때문에 성형을 하는 경우도 그 중 하나다. 어느 날 20대 초반의 건장한 아들을 데리고 온 어머니가 있었다. 곧 아들이 군대를 가게 되는데 눈빛이 좀 강하고 인상이 사납다보니 군대 고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인상을 부드럽게 해달라고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따라서 쌍꺼풀 수술을 권해드렸고 군대를 곧 가게 되는 상황을 고려해 매몰법을 택하여 수술한 적이 있다. 또 현역 군인이 콧대가 좀 낮아 카리스마가 없어 보인다며 선명한 콧날을 만들어달라고 성형외과를 찾은 경우도 있다.

대학교 신입생이 되는 아들과 함께 오신 어머니는 아들의 무서워 보이는 인상으로 인해 친구들 사귀는데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성형외과를 찾은 경우였다. 쌍꺼풀 수술은 항상 다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쌍꺼풀이 본인과 어울리지 않거나 나쁜 조건에서 억지로 하게 되면 그게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 환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고 인상이 무서워 보이는 이유는 눈매가 원인이 아니라 대화할 때 전혀 웃지 않고 표정이 없다는 것과 무뚝뚝한 성격이 더 큰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어머니께는 아드님의 얼굴은 전혀 무섭지 않으며 환하게 웃고 즐거운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면 인상은 충분히 달라진다고 설명하며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수술 상담을 하러 왔다고 다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수술로 지금과는 다른 외모를 가지게 되는 자체로 좋을 수도 있지만 수술이 정답이 아닌 경우에는 수술을 권하지 않는 것과 그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것도 성형외과 의사의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성형수술로 달라질 얼굴을 오랫동안 상상하며 기다리다가 상담을 통해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듣고는 속이 상해 우는 환자도 있다. 그런 경우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수술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을 하고 설득해야 한다.

중장년의 남성 환자들은 주로 사업상의 이유로 성형외과를 찾는다. 나이가 들어 보여 비즈니스에 지장을 받는 경우, 젊어 보이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주로 지방이식이나 보톡스 시술, 상하안검 성형술, 내시경 이마 눈썹거상술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룬다.

어떤 환자는 점을 보고 관상학적으로 돈 버는데 지장이 있다는 얼굴의 주름 부위를 펴달라고 오는 경우도 있다. 또 좁은 이마로 답답해 보이는 인상이 싫다며 이마를 시원하게 하기 위해 제모 시술을 받는 환자도 있다. 혼자는 멋쩍은 탓인지 친구와 같이 와서 같은 날 수술을 받거나 부인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와서는 상당히 많은 상담을 받기도 한다.

분명히 남성들도 외모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좋은 외모가 경쟁력의 한 부분인 사실 역시 자명하다. 하지만 여러 케이스에서 성형수술이 정답이 아닌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서 수술을 원하는 환자의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을 충분히 듣고 이해한 뒤 적절한 수술을 정확하게 판단해서 하는 것이 성형외과 의사의 할 일 중 하나이자 중요한 의무라 생각한다.

아무쪼록 수술 받고 입대한 청년은 인상 좋아 군 생활 무리 없이 잘하고 새내기 학생은 밝은 표정으로 대학생활 잘 해내길 응원한다. 현역 군인인데 카리스마 있게 보이려고 코수술 받으신 군인 환자는 부하들 자신감 있게 잘 통솔했으면 한다. 사업을 위해 주름 펴는 수술 받으신 사장님은 사업이 주름처럼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새해의 봄을 기다리는 요즘 조용히 기도해본다.

성형외과인(분당 이인승성형외과) 최규진 원장 www.ilikein.com 031-705-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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